가상화폐는 잘못이 없다.- 2023. 11. 24.

얼마전 우리나라 야당 국회의원이 자신이 신고한 재산의 몇 배에 달하는 금액의 가상자산- 가상화폐를 신고하지 않은 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었었습니다. 그 국회의원은 자못 화제의 중심이 되었고, 비난이 들끓었습니다. 당사자는 자신이 소속한 정당에서 탈당하는 것으로 속죄하는 듯한 제스쳐를 보였으나 오히려 이러한 그의 행동이 자신의 행위를 감추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뒤따랐습니다. (관련기사: 버티는 ‘무소속’ 김남국…진상조사, 시작부터 난관 -khan.co.kr_2023. 5. 16.)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온 사건이므로 제가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많은 분들이 사건의 내용에 대하여 이미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이 국회의원은 자신의 가상화폐를 구입한 자금원에 대하여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식을 매각한 돈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여러 언론 매체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그의 가상화폐 매입 종잣돈은 결코 주식 매각 대금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사실 비트 코인 등 가상화폐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가 익명성과 탈(脫)중앙화 시스템입니다. 가상화폐는 첫 발굴자가 자신의 코인 지갑(wallet)에 이를 보관하고 이후 개인간(P2P) 거래를 통하여 주고 받습니다. 그런데 일반 금융 거래와는 달리 가상화폐는 은행을 통한 결제 시스템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각 거래 당사자의 기록만 있을 뿐 은행과 같은 거래 기관에 기록이 남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거래소를 통하는 경우에는 거래소에 거래 기록이 남아 있을 수도 있으나 이 마저도 일반 자금 거래와는 크게 다른 형태입니다. 그리고 탈중앙화 된 시스템이어서 각 거래소의 개별 계좌를 일일이 들여다 보기 전에는 쉽사리 거래를 찾아낼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자금 거래를 추적하는 방법으로는 가상화폐의 거래를 추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익명성과 탈중앙화 시스템을 잘만 이용하면 검은 돈거래, 자금 세탁, 탈세 등에 가상화폐가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가상화폐를 매입하여 보유만 하고 있는 경우와 이를 여러 계좌로 옮기면서 거래를 이어가는 것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단순히 가상화폐를 매입하여 보유만 하고 있다면 가상화폐의 가격이 상승하기를 기대하고 매입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상화폐를 여러 계좌로 옮기면서 거래를 이어가는 것은 무엇인가 연관된 배경의 거래가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 배경의 거래는 겉으로 드러내기 부적절하거나 혹은 위법성이 있는 거래라는 의심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의 가상화폐 거래 행태를 보면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어서 이를 감추려고 가상화폐 거래를 이용한 것으로 추측하는 것이 전혀 무리가 아닙니다. 시중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 의혹으로는 가상화폐 발행사의 로비를 받아준 댓가, 각종 선거자금과 관련된 뒷거래 자금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의 주변 정황은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가상화폐를 보유한 것 자체를 비난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가상화폐를 가진 것 자체만으로는 크게 잘못하였다고 나무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큰 금액의 가상화폐 보유를 자산 신고에서 누락시킨 것, 가상화폐를 사고 팔면서 여러 계좌를 사용하여 거래의 추적을 어렵게 만든 저의(底意), 큰 규모의 자산을 형성하는 과정에 대한 소명 부족 등이 그가 한 거래들이 불투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거래와 국회의원의 도덕성 및 위법 가능성은 상당한 의심을 유발합니다. 더구나 그가 가상화폐를 보유하게 된 배경에 정계 로비의 댓가, 선거자금의 은폐 등을 목적으로 하였다면 이는 범법일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를 비판하는 것은 과도해 보입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저의 생각은 변함없이 일관됩니다. 가상화폐란 아무런 가치도 없고 유용성도 없으니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가상화폐 시장의 움직임- 2021. 5. 21. 참조) 특히 비트코인의 기반이 된 블록체인(blockchain)은 IT의 발달을 이용하여 각종 거래와 사건을 분산- 탈중앙화-하여 기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번 기록된 것은 시간을 되돌려서 수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구글에서 블록체인을 검색하면 이러한 설명이 나옵니다;
A blockchain is a decentralized, distributed and public digital ledger that is used to record transactions across many computers so that the record cannot be altered retroactively without the alteration of all subsequent blocks and the consensus of the network.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되어 분산된 공적인 디지털 장부로, 여러 대의 컴퓨터에 거래를 기록하는 데 사용되며, 모든 연관 블록과 연결 네트워크를 동시에 변경하지 않고서는 이미 기록된 내용을 소급하여 변경할 수 없다.)
특히나 보안을 유지하면서 거래의 기록을 유지하는 데에는 상당한 쓰임새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가상화폐를 채굴하도록 하는 것은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종의 학습효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작업 끝에 무엇인가를 획득하는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블록체인을 통하여 발굴한 가상화폐가 비트코인이고, 지금도 비트코인은 가장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가상화폐 가운데 하나입니다.
블록체인이 IT 업계에 가져다 준 잇점은 적지 않습니다. 특히나 보안 분야와 탈중앙화를 통한 기록의 분산을 유도하면서도 정확성과 기록의 보안 수준을 높였습니다. 일단 기록이 되고 나면 이를 수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보안과 기록의 정확성에서 매우 높이 평가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앙화 된 기록 보관 시스템에서는 보관된 기록을 수정하면서 과거 날짜에 작성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였으나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중앙화된 기록이 없으므로 이러한 시도가 불가능합니다. 이는 기록의 정확성을 높이고 보안도 매우 양호하게 만듭니다.
가상화폐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고 현재 거래되고 있는 가격은 조금은 허황된 기대 심리가 작용하여 형성된 것입니다. 아무런 가치도 없는 가상화폐가 향후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는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현재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저 언젠가는 누군가가 지금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가상화폐를 매입하여 줄 것을 기대할 뿐입니다. 이런 허황된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범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런 가상화폐를 이용하여 자금 세탁을 한다거나 부정한 자금을 조성하고 주고받는 행위를 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하여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행위에 대한 처벌 법규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입법기관에서도 어서 가상화폐를 이용한 범죄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여 처벌 수위를 높이고 가상화폐를 이용한 부도덕한 거래를 미리 막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법적인 제도가 이루어질 것인지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대포폰을 판매하는 것은 처벌하고 이를 사용하는 사람은 처벌 받지 않는 법률 구조를 만들어 놓고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들은 대포폰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법 구조입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읜원들이 자신들이 대포폰을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범죄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준법정신앙양- 2016. 11. 18. 참조) 이런 식으로 자신들이 가상화폐를 부도덕한 거래에 사용하더라도 법적으로 처벌 받지 않도록 법을 만든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가상화폐가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거래에 이용되지 못하도록 제대로 법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만 할 것입니다. 가상화폐 자체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다만 이를 제재하고 규제하는 법률의 구조가 제대로 갖춰져야 할 것입니다. 지금도 정치권 실세들은 가상화폐를 이용하여 검은 거래를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애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엄청나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상식적으로 하여서는 안 될 일들을 금지하는 법을 제대로 만들어 주기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