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편해진 세상- 2024. 1. 5.

jaykim1953 2024. 1. 5. 06:08

요즈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을 통하여 교류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만나지 않았는데도 가까운 친지들의 최근 소식을 자세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주변 사람들의 소식을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셜 미디어가 주변에 아는 사람들을 친구 맺기로 추천하고 그렇게 맺어진 친구들의 소식은 어떤 친구들보다도 빠르고 편하게 접하게 됩니다.
저의 친지 가운데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지는 아마도 30년은 족히 넘었을 듯한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친구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 친구에 관하여서는 예전에 제 칼럼에서 언급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반면교사- 2015. 6. 19. 참조) 이 친구는 제가 늘 R이라고 표기하였던 친구입니다. R을 처음 만났던 것은 1983년 제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서 Bank of America (BOA) 남가주 지역본부의 외환 딜러로 일할 때였습니다. R은 기업 고객 담당이었고 저는 외환 시장의 일본 옌화대 미국 달러화 담당 트레이더였습니다. R은 BOA를 떠난 이후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면서 여러 도시로 옮겨 다니며 살았습니다. 한 때는 위스콘신의 리폰(Ripon)이라는 지역에 살기도 하였고 그 때 그의 로타리 클럽 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제가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年末 봉사활동 - 2020. 12. 11. 참조) 그리고 2022년 초에도 그에 관한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고향(故鄕) - 2022. 1. 14. 참조) 저의 기억이 맞는다면 제가 R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1987년 봄 일본의 BOA 토쿄 외환 딜링 룸에서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페이스 북을 통하여 그의 소식을 간간히 접하게 되고, 아주 이따금씩은 전화 또는 이메일로 안부를 전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그의 페이스 북에 올라온 글을 소개합니다;
“I am posting this since I was contacted by someone pretending to be from Ripon, with a young family, who seemed to be interested in getting financial advice. It turned out that ‘she’ was trying to lure me into investing in Bitcoin by telling me how much money I could make. Well, she chose poorly as I spent 35 years in global financial markets and consider Bitcoin a very speculative bet and would rather play poker or blackjack if I want to gamble. It’s not a currency and is only worth what someone wants to pay for it. On top of that this was likely a scam.”
이 글의 내용을 번역하면;
이글을 올리는 이유는 어린 가족들과 함께 Ripon 살고 있는 듯이 이야기하는 어떤 사람이 나에게 금융 관련 조언을 원하는 듯이 연락해 와서입니다. (*주: R은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위스콘신의 Ripon 이라는 도시에 잠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는 여자였으며 나에게 많은 돈을 있으니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유인하려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잘못 골랐습니다. 나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35 동안 근무해서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인 도박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내가 만일 도박을 한다면 차라리 포커나 블랙잭을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통화가 아니며, 누군가(원매자가) 지불하겠다고 하는 가격 말고는 가치를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는 사기에 가깝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참 의아했습니다. R에게 연락을 취한 여자는 Ripon에 사는지 아닌지 알 수는 없으나, 일단 R이 금융 전문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기에 R에게 금융 관련 조언을 원하는 듯이 접근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여자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았습니다. 제대로 된 금융 전문가라면 비트 코인이라는 것은 아무런 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고 무지몽매한 대중들이 자기네들끼리 사고 팔면서 가격을 올리고는 돈을 벌었다고 희희낙락하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금융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에서는 비트 코인에 돈을 쏟아붓는 사람은 없습니다. 뭔가 잘 모르는 여자 한 사람이 R에게 비트 코인을 권유하려 하였고, 그 때문에 R은 코웃음을 쳤습니다. 또 그 덕분에 저는 R로부터 짤막하나마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여자는 비트 코인이 무엇인지 잘 몰랐기에 비트 코인의 판매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비트 코인 판매 조직으로부터 하루 또는 이틀 정도 교육을 받거나 아니면 유투브를 통하여 어깨너머식으로 비트 코인에 대하여 공부를 하였을 것입니다.
저도 본의 아니게 이와 유사한 코웃음을 쳤던 적이 있습니다. 2015년이나 2016년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 고등학교 동기 동창 S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모처럼 만나서 차나 한 잔 하자며 제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지나간 이야기들, 자기의 근황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서서히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S가 저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너 FX 마진이라는 것 알지?” 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한 때 잘 나가던 FX trader 출신이야, 그런 것 몰라서야 되겠니?”
“그럼 잘 되었다. FX 마진에 투자하여서 돈을 벌 수 있어. 큰 욕심 내지 말고 한 돈 천만 원만 투자해 봐. 월 1% 씩 꼬박꼬박 수익이 생겨.”
S는 가지고 온 팜플렛을 펼쳐 놓고 저에게 열심히 설명하면서 진지하게 투자를 권유하였습니다.  저는 가만히 S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잘 타일렀습니다. “네가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과 많이 달라. FX 마진이라는 것은 네가 생각하듯이 그렇게 운영되는 게 아니야.”라고 하며, FX 마진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여 주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S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야 너 이런 것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고 다니지 마라. 나중에 문제 되면 너도 유사금융 상품 판매로 감옥 갈 수도 있어.”라고 타일렀습니다. 그러나 이미 세뇌를 당한 S는 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를 더 강력히 설득하려 하였습니다. “네가 생각하듯 그런 사기는 절대로 아니야. 나를 믿어 봐.” 그렇게 평행선을 달리던 대화는 한참 지속 되었고, 결국 S는 빈 손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 여가 지난 다음 신문에는 S가 속해 있던 회사 대표의 징역형 판결 기사가 실렸습니다. (관련기사: 대법,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 징역 15년 확정-asiatoday.co.kr- 2017. 12. 13.) 그 후 동창 모임에서 우연히 S를 만났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으며 괜찮으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S는, “응 검찰에 다녀왔는데, 나는 잔챙이 취급 받아서 다행히 처벌은 면했어.” 그 이후 몇 차례 더 S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FX 마진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제 동창 S의 경우도 그랬었고, R에게 연락을 취한 비트 코인 판매 여성도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대체로 이런 허무맹랑한 금융 상품을 권유하는 사람들은 기껏해야 1주일 남짓 아니면 고작 2- 3일 동안 교육을 받습니다. 금융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며칠간 교육 받고서 해당 상품의 전문가인양 하여야 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 대중에게는 혹시라도 통할는지 모르나 R과 같이 지난 40년 가까운 시간을 금융 전문가로 일한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S도 마찬가지입니다. 며칠 교육 받은 것으로 30여 년을 금융 분야에서 일한 저에게 설득하려 하였으니 제가 넘어갈 리가 없었습니다.
1990년대 초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은행에서 처음으로 조기 명예 퇴직을 시행하자 한 외국은행에서 명예퇴직한 10여 명의 사람들이 자석(磁石)요 다단계 판매를 시작하였습니다. 자석요 판매 조직에서 교육한 교재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남들에게서 들었다는 것보다 내가 직접 보았다고 말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예를 들어 옆집 할머니가 7년간 허리를 펴서 누워만 지내다가 자석요를 동안 쓰고 나서 일어나서 마당을 빗자루로 쓰는 것을 내가 보았다 이야기 하는 것과, ‘아는 사람이 보았다더라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그러니 가급적 내가 보았다’라 이야기하라.”
그런데 10여 명의 퇴직자들이 모두 전직장 동료들에게 찾아가서 자기 옆집 할머니가 허리가 아파서 7년간 누워만 지내다가 자석요를 한 달 쓰고 앞마당을 빗자루로 쓸었다고 하였던 것입니다. 결국 10여 명 모두가 웃음거리가 되고, ‘자석요를 팔려면 허리가 아파서 7년간 누워 있는 할머니 옆 집으로 이사부터 가야겠다’라는 조롱을 받았습니다.
금융 분야는 자석요보다 더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며칠간 교육을 받았다고 전문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금융 상품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팔아야만 합니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고 유투브로 지식을 넓혀갈 수 있지만 전문성은 그리 편하게 얻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편해졌지만 그렇다고 금융 상품도 그렇게 편하게 팔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투자를 할 때에는 진정한 금융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문가는 며칠간의 교육으로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