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선진국 대한민국- 2023. 12. 29.

jaykim1953 2023. 12. 29. 06:00

최근 국내 보수 언론에 실린 기사 한 토막입니다; (관련기사: 시속 300㎞? 한국 KTX 평균속도는 168㎞에 불과하다-chosun.com- 2023. 12. 25.)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기술에 대한 긍정적 수용 자세가 갖춰진 나라이다.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고, 균형 잡힌 산업구조를 토대로 창의성과 탁월한 문화적 감각에 기반한 새로운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나라이다.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은 스스로를 부지런하다고 생각한다. 근면 성실함으로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했고, 선진국이 되었다고 뿌듯해한다. 
이 내용은 상당 부분 수긍이 갑니다. 그런데 이렇게 긍정적인 기술을 접하다 보면 어느 한 구석 불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불안감은 틀리지 않습니다. 이 글의 뒤에 서술되는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 가운데 다음 두 문장은 우리의 어두운 현실을 극단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노동시간당 1인당 구매력 평가 지수로 다시 계산해 보면 우리나라는 시간당 49달러로 조사 대상 34국 가운데 33위까지 내려간다.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7국 평균(64.7달러)의 7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보다 낮은 생산성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는 그리스와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등 네 나라에 불과하다.
노동생산성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우리나라는 결코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없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명목상의GDP는 상당 수준에 올라 있어서 34개 국가 가운데 21위의 수준이지만 구매력 평가지수로 환산해 보면 33위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명목상의 수입금액은 선진국 34개국에 견주어 중간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실제 구매력은 34개  국가 중에서 바닥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노동 생산성은 37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에서 우리나라 보다 낮은 국가는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의 4 개 국가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4개 국가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대체로 우리나라와 비교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나라들입니다.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을 불쾌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이들 네 나라 덕분에 우리나라가 꼴찌를 면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결코 경제 대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헝가리, 체코, 포르투갈 등도 우리나라보다 노동생산성이 높습니다.
과거 약 40여 년 전에 제가 노조 활동을 하던 시절을 회상해 보면, 그 당시에는 이런 통계들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높고, 단위 시간 당 임금은 낮아서 고용주들에게 임금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근거로 삼았던 자료들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임금 인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통계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기사의 제목은 고속열차의 설계속도와 실제 운행하는 평균 속도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300 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고속 철도가 실제로는 평균 160Km로 밖에 달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누가 보아도 과잉투자입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짧은 운행 거리에 비하여 너무 많은 역에서 정차하다 보니 최고속도로 달릴 수 있는 구간이 너무 짧아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였든지 최고속도 시속 300Km는 불필요한 과당 경쟁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고속열차 최고속도는 다른 나라의 고속열차 최고속도와 비교하여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경쟁 심리가 작동하여 실제로는 필요하지도 않은 무리한 최고속도로 설계하였다면 이는 당연히 예산의 낭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저 최고속도 경쟁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기 위하여 최고속도를 무리하게 높인 것은 아니었는지 냉정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선진국이라면 이러한 성찰과 반성이 냉정하게 이루어지고 다음의 국책 산업에서 무분별한 예산의 낭비가 없도록 준비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보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단적인 예로 최근 불필요한 공항을 지어 놓고 무리하게 추가 예산을 들여 활주로를 연장한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고추 말리는 공항’ 오명에도 100억원 들여 활주로 연장-chosun.com- 2023. 12. 23.) 그 뿐 아니라 내년 선거를 앞두고 곳곳에서 예산의 집행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는 ‘예타면제’ 토목사업들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나랏돈으로 표심 잡으려는 국회… 총선 노린 ‘예타 패싱법’ 92조원-seoul.co.kr- 2023. 12. 25.)
우리가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던 과거에는 국민소득이 오르고 경제가 활성화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였었습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고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하나의 필요조건에 불과한 것입니다. 우니나라가 경제적으로는 과거에 비하여 월등히 부유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선진국이라 불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하여서는 일찍이 저의 칼럼에서도 생각해 보았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선진국- 2022. 6. 3. 참조) 우리나라에서는 가진 사람들의 졸부(猝富) 현상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부(富)에 대한 경멸이 어우러지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경제적인 면만의 문제가 아닌 듯 합니다.
며칠전 신문에 보도된 기사는 아연 실색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제목은 “증명서 조작, 일종의 관례”였습니다. (관련기사: “증명서 조작, 일종의 ‘관례’”...조국 부부 탄원 서명 받는 지지자들-chosun.com- 2023. 12. 25.) 만약 이 기사에서 지적한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의 증명서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증명서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할 것입니다. 증명서는 당연히 조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나선다면 그 사회는 정말로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후진적인 사회일 것입니다. 아니 이런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는 후진국 취급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머리를 빳빳하게 들고 자신이 옳다고 주장한다면, 눈 앞이 캄캄해 지는 현실에 부닥치게 될 것입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행되었던 모든 증명서는 조작되었는지 여부를 다시 검증받아야 할 것이고,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증명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증명서 조차 믿을 수 없는 후진국 가운데에서도 가장 미개한 후진국 취급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증명서 조작이 관행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후진국 가운데 최하위 후진국으로 떨어뜨리는 데에 앞장서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과연 그 동안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 데에 얼마나 역할을 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의 목소리를 높이면 높이는 대로 우리나라는 스스로 후진국임을 강변하는 것이 되고 맙니다. 아무리 자신의 죄를 덮는 것이 급하다고 하더라도 거짓을 거짓으로 덮어서는 안 됩니다.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증명서를 발급받았으나 그들처럼 증명서를 조작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이 증명서를 조작하였다는 것이 죄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른 모든 사람들의 증명서를 믿지 못할 것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그들의 정신 상태가 지극히 위험해 보입니다. 우리나라에 아직도 저와 같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국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언제나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설 수 있을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어서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논리로 사회를 이끌어가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