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클리프 리챠드 (Cliff Richard) - 2024. 4. 12.

jaykim1953 2024. 4. 12. 06:09

올드 팝송을 좋아하는 나이 지긋한 분들의 취향에 맞을 노래 하나 소개합니다.
Cliff Richard - The Young Ones (75th Birthday Concert, Royal Albert Hall, 14 Oct 2015)
이 노래는 영국의 팝송 가수 클리프 리챠드(Cliff Richard)가 부른 영 원스(Young Ones)입니다. 그의 75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2015년 10월 14일에 있었던 공연의 실황 영상입니다. 만 75세의 나이에 무대에서 기타를 치고 리듬에 맞추어 스텝을 밟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대단해 보입니다.
클리프 리차드는 영국 내에서 가장 많은 1위 싱글 차트에 오른 곡을 가진 가수 3위에 랭크되어 있다고 합니다. (List of artists with the most UK Singles Chart number ones - Wikipedia 참조) 기록에 의하면 21곡의 1위곡을 기록한 엘비스 프레슬리가 가장 많은 1위곡 기록 보유자이고, 2위는 18곡을 기록한 비틀즈, 그리고 3위가 14곡의 클리프 리챠드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미국의 가수이고, 비틀즈는 20세기 최고의 아티스트 밴드라고 합니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영국 가수 가운데 밴드가 아니고 한 사람의 가수로서는 클리프 리챠드가 가장 많은 1위곡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클리프 리챠드는 1969년 겨울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이틀 동안 2 번의 공연을 가졌습니다. 이 당시 수많은 여성 팬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함성을 지르며 열광하였습니다. 지금의 K팝 열성 팬들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만 하여도 객석에 앉아 있는 팬들이 소리를 지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기성세대들은 이런 모습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였고 언론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오보(誤報)가 어느 여성 팬이 무대 위로 속옷을 던졌고 이 속옷으로 클리프 리챠드가 코를 풀었다는 기사였습니다. 그런데 이는 명백한 오보였고, 어느 여성 팬이 손수건을 무대로 던진 것을 기자가 속옷으로 오인하여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사회 분위기는 젊은 외국 가수 한 사람이 공연하는 데에 젊은 여자들이 떼로 몰려가서 괴성을 지르며 환호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요즈음식으로 이야기하면 그 당시 기성세대들이 ‘꼰대’ 근성을 보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꼰대 근성은 비단 대중문화에 대하여서만 드러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처음 외국은행에 입행하였을 당시 주변의 국내 금융기관에서 바라보는 외국은행에 대한 시각은 ‘꼰대’라는 말이 아니라면 그 어떤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하였습니다. 국내은행의 직원들은 외국은행 직원들을 평하기를 ‘우리나라의 은행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폄하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우리나라에 외국은행의 진출을 허용하는 명분으로 ‘외국의 선진 금융 기법을 도입한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평가입니다. 외국은행이 외국의 금융시장에서는 선진 금융 기법을 발휘하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에서는 제대로 금융업을 영위하지 못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의 국내 금융기관들은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을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관행으로 얽어매어서 외국은행들이 적응하기 어렵도록 만들려고 노력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겉으로는 선진 금융 기법을 도입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고리타분한 꼰대의 고집을 버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예를 들면 1980년대 말에 있었던 금리 자유화 해프닝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3. 11. 8. 참조) 그 당시 정부에서는 금리를 자유화한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재무부에서 금리 가이드라인을 주고 한국은행에서 창구지도를 하면 모든 은행들이 그에 따랐습니다. 예를 들어 우대금리 연 14%, 비우대금리 연 15% 라고 가이드라인을 정해 주면 모든 우대기업 대출은 14%, 비우대기업 대출은 15%의 이자율을 적용하였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말 정부에서 더 이상 가이드 라인을 정해 주지 않겠다며 금리를 자유화한다는 발표를 한 것입니다.
순진한(?) 외국은행 국내 지점들은 부산을 떨면서 고객별 신용도에 따라, 자금 시장의 조달 금리를 반영하여 대출 금리를 조정하였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향 조정, 즉 대출 금리를 올려서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금리자유화 발표가 있고 나서 6 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대출 금리를 내린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습니다.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에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금리는 이미 자유화되었는데 어떻게 정부가 대출 금리를 내린다는 발표를 하는 것일까 의아해 하였습니다.
정부 발표가 있고 난 직후에 한국은행에서 전 외국은행 책임자들을 소집하는 회의가 있었습니다. 저도 그 회의에 불려 가서 참석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회의 중 옆에 앉았던 다른 외국은행 책임자가 한 말을 저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정부의 금리자유화란;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뜻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금리를 자유화한다는 발표를 하고 나서 실제로 금리를 조정한 은행은 외국은행 지점들뿐이었습니다. 국내 은행들은 모두 정부의 말이 금리자유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속내- 즉, 뜻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파악하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국내은행들은 모두 금리자유화 이전의 대출금리를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외국은행 국내 지점들만 금리를 진정으로 자유화하여 시장 금리 수준에 맞추고,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 금리를 높여 받았던 것입니다.
그 때 제가 들었던 한국은행 간부직원의 나무람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네 외국은행들이 자기 배 불리려고 국내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기업들한테 고리 이자를 부과하는 행태를 못 봐 주겠다. 생각 같아서는 철퇴를 내리고 싶지만 시정할 기회를 한 번 줄 테니 돌아가서 우리나라 기업들을 위하여 외국은행 지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조치해 주기 바란다.”는 것이었습니다.
클리프 리챠드가 아무리 노래를 잘 부른다 하여도 젊은 여성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못 마땅하게 여겼던 꼰대 근성이 금융시장에서도 작동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꼰대 근성이 남아 있을 개연성이 큽니다. 행여 우리 스스로가 무모한 꼰대 근성에 휩싸여 우리나라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일은 없는지 살펴 보아야 하겠습니다. 과거에 클리프 리챠드 공연에 열광하였던 젊은 여성들은 그 당시의 선각자였고 선구자였습니다. 그런 앞서가는 사람들을 꼰대들이 못 마땅해 하였을 뿐입니다. 혹시라도 오늘의 클리프 리챠드가 우리나라를 찾는다면 꼰대들이 앞장서서 환호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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