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refusal'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법률 용어로 많이 쓰입니다. 얼핏 들으면 ‘첫 번째 거부(拒否)’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우선매수청구권' (優先買受請求權)이라고 번역되어 쓰입니다. 이는 어떤 유무형의 자산(주식, 채권, 임대차 권리, 특허권, 부동산 소유권 등)의 소유자가 해당 자산을 매각하려고 할 때에 제3자에게 매각하기 전에, 특정인(우선 매수권자)에게 먼저 그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기로 약속한 계약상의 특권입니다.
First refusal이 작동하려면 보통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권리의 발생 (Trigger Event):
우선매수권은 자산의 현재 소유자가 자산 구매에 흥미가 있다고 의사 표명을 하는 제3자로부터 ‘진정한 제안(bona fide offer)’을 받았을 때에 발생합니다. 즉, 소유자가 자산을 팔 의사가 있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거래 제안을 받았을 때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됩니다.
- 통지 의무 (Notification):
소유자는 제3자로부터 받은 제안의 주요 조건(가격, 지급 방식 등)을 우선매수권을 가진 사람에게 즉시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선매수권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때에 어떤 조건으로 매수가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조건에 따라 우선매수권을 가진 사람이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우선매수를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 권리 행사 기한 (Exercise Period):
위의 통지를 받은 우선매수권자는 우선매수권 부여시에 정한 일정 기간(예: 7 영업일, 또는30일 등) 내에 제3자가 제시한 것과 ‘동일한 조건’으로 자산을 매수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여 자산의 소유자에게 통지하여야 합니다. 이 기간 내에 우선매수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거나 거절 의사를 밝히면, 소유자는 제3자에게 자산을 매각할 수 있습니다.
- 가격 및 조건의 일치 (Matching Terms):
이는 가장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선 매수권자는 제3자가 제시한 가격과 기타 모든 조건을 그대로 수용해야 합니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색다른 조건을 요구하여서는 안 됩니다.
First Refusal의 사례를 두 가지만 소개하면;
1. 부동산의 임대차 계약 시, 임차인이 건물의 소유주에게 ‘건물을 매각할 의사가 있으면 나에게 가장 먼저 기회를 달라’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택에 세를 들어가는데 그 집이 임차인의 마음 너무 들면, 임차인은 소유주가 이 주택을 매각하려는 의사가 생기면 First Refusal 권리를 임차인에게 달라고 임대차 계약에 명기할 수가 있습니다. 저도 1995년 제 명의로 미국에서 처음 집을 렌트하였을 때에 이 First Refusal Right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하였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제가 살던 집들은 저의 고용주- Bank of America 에서 제공하여 주었었습니다. 제 이름으로 임대차 계약을 한 것은 1995년이 처음이었습니다.)
2. 우리나라의 민사집행법에 규정된 바에 따르면, 법원 경매에서 공유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 제3의 최고가 매수신고 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동 지분의 공유자가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즉, 공유 지분이 여하한 이유로 제3자에게 매각되는 상황에서 공유지분을 보유한 사람이 기존의 보유지분율을 방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은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First refusal'은 계약 당사자에게 제3자가 제시한 가격과 조건 그대로 자산을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강력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First Refusal 권한을 행사할 때에는 제3자로부터 실제 매수 제안을 한 것과 동일한 가격과 조건에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자본시장의 거래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지분율에 따른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히게 됨에 따라 First Refusal과 같은 권리는 투자 환경의 변화에 대비하는 유용한 방법입니다.
프라이빗 에퀴티들이 자본 참여를 할 때에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에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였던 투자자들이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하게 되면 지분율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하여 경영권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First Refusal 조항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투자자들도 First Refusal뿐 아니라 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권리 보호의 수단을 이해하고, 그 장단점과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투자 환경을 보다 유리하게 조성할 수 있도록 하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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