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만하면 이따금씩 떠오르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금융권의 부실 채권에 관한 것입니다. (관련기사: 부실 신용대출 10년만에 최악 찍었다…건전성 부담 커지는 은행권 - mk.co.kr- 2026. 3. 26.) 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의 부실 채권 규모도 함께 커집니다. 그런데 이러한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금감원은 내수 부진, 대출 금리 상승에 더해 코로나19 사태 당시 공급된 정책성 대출에서 시차를 두고 부실이 발생한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라는 분석입니다.
이 기사에서는 코로나 19 사태 당시에 공급된 정책성 대출이 부실화 되었다고 합니다만, 기실 거의 모든 정책 금융은 부실화 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습니다. 정부의 입김이 금융 분야에 작용하게 되면 그 결과는 부실 채권의 증가로 귀결되곤 하였습니다. 이번의 코로나 19 사태 당시 정책성 대출도 그러한 예 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왜 정부의 정책성 대출은 부실화 되기 쉬운 것일까요?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금융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정부 당국의 정책 때문입니다. 복지성격 혹은 선심성 혜택의 성격이 강한 대출을 정책적으로 금융기관에 강요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정책 대출은 부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높습니다.
제가 금요일 모닝커피 칼럼을 쓰기 시작하던 초기에 썼던 칼럼 가운데 금융의 정의에 관한 칼럼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金融의 정의. - 2011. 12. 30. 참조) 그 내용을 일부 발췌해 보았습니다.
금융을 영어로 번역하면 finance 혹은 banking이라고 합니다. Finance는 우리 말로 번역하면 ‘금융’뿐 아니라 ‘재무’ 또는 ‘재정’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순수한 의미의 금융은 오히려 banking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Banking에 대한 개념의 정의는 제가 처음 직장 생활을 하였던 은행의 교재에서 배운 바에 의하면;
‘Banking is to TRANSFER VALUE OF MONEY by means of time and/or space.’
(금융이란 시간/공간을 통하여 돈의 가치를 이전하는 것) 이라고 정의 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금융 소비자가 현재 돈이 남는다면 이를 저축하여 미래에 되찾고, 이 때에 미래에 되찾는 돈의 가치는 적정한 이자율에 의한 금액 증가를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고, 반대로 지금 돈의 가치에 부족을 느끼는 금융 소비자는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일으켜 부족한 돈을 메우고 훗날 적정한 이자를 더한 금액을 상환하도록 하면 됩니다. 하나의 문장이 모든 금융 거래를 단번에 깔끔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문장은 금융에 관한 상당히 많은 부분을, 그리고 중요한 부분을 설명하고 또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4년에는 제가 책도 한 권 출간하였습니다. 그 책의 제목은 ‘외환 시장의 실무’ 였습니다. 그 책 본문의 첫 페이지에는 외환(外換, FX; foreign exchange)에 대한 정의가 실려 있습니다. 원문을 옮겨오면; ‘외환이란 하나의 통화를 다른 통화로 교환하는 행위’ (foreign exchange is to exchange a currency for another.) 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이 정의도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제가 만들어서 쓴 것이 아니라 제가 다녔던 은행의 교육용 교재에 실려 있는 내용을 인용한 것입니다. 이 정의에 충실히 의지하면 외환이라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무슨 일을 하든 기본적인 개념과 용어의 정의에 대한 이해는 필요합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금융 현장은 금융종사자가 금융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실전 업무에 투입되고 현장에서 부닥뜨리면서 경험을 통하여 배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제가 도약하기 시작하던 1960년대 초부터 IMF 금융위기를 겪었던 1990년대 말까지의 기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이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였던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 발전에 필요한 제한된 재원(財源)을 정부 주도로 이를 필요로 하는 산업 분야에 가장 효과적인 배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금융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이해되어, 관치금융이 우리나라 금융을 지배하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금융기관이란 정부 주도의 정책과 방침을 실행하는 집행기관으로 인식되었고, 금융기관 스스로 금융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였습니다. 우리나라 금융이 그 동안 선진국에 뒤지게 된 원인 중 하나가 이러한 사회적 배경과 인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이라고 모든 제도와 시스템이 완벽한 것도 아니고, 선진국의 금융이라고 허점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금융은 선진국의 금융 산업보다 많은 부분에서 뒤져 있었고, 시스템이 정립되지 않았었던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1997~1999년의 IMF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금융도 선진국의 시스템을 많이 배우고 따라 가려는 노력을 시작하였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금융 시스템도 금융 선진국의 그것에 부족함이 없는 그런 제도와 운영 시스템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에 썼던 글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당시의 금융 당국과 지금의 금융 당국의 금융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저의 바람과는 달라 많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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