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에 국내 언론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위 ‘사이다’ 발언이었습니다. 법정 허용치를 초과하는 고금리에 대하여서는 원천적으로 불법이니 이자는 물론 원금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관련기사: 李대통령 “고리대는 망국 징조... 이자율 60% 이상은 원금도 무효”-chosun.com- 2026. 5. 14.) 듣기만 하여도 속이 후련해집니다.
그러나 저는 이 기사를 보면서 마음 한 구석이 우울해졌습니다. 법정 최고 금리로도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들은 그 동안 이런 불법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렸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빌릴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는 그 동안 저도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강제로 이자율을 제한하려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접근 방법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뒷감당- 2023. 2. 17. 참조)
그 뿐 아니라 요즈음 우리나라 금융계를 점령하고 있는 포용금융 바람 또한 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우선 포용금융이라는 단어의 정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포용금융이 지향하는 바로는 “금융 접근성 제고 및 금융 비용 부담 완화, 신속 재기 지원, 금융 안전망 강화”를 꼽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2026. 1. 8. 참조)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서민금융의 용이성과 금융비용의 절감을 기치로 내걸고 있습니다. 포용금융이라는 이름 아래 그 동안 좌편향 정치인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던 “신용 높으면 저이율, 낮으면 고이율은 모순”이라는 그들만의 논리를 실행에 옮기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신용 높으면 저이율, 낮으면 고이율은 모순”이라는 저들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논리인지는 입장을 바꾸어 놓고 보면 너무나도 쉽사리 들통이 나는 일입니다. 저들의 주장대로 신용이 높은 사람들에게 고이율을 적용하고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 저이율을 적용한다고 가정해 보면, 돈을 빌려주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신용이 높은 사람에게 빌려주면 돈을 떼일 염려도 적을 뿐 아니라 이자율도 높게 받을 수 있어서, 소위 요즘 젊은이들이 이야기하는, “개이득”입니다. 그 반면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하여 주면 돈을 떼일 염려는 더 큰데 이자율 마저도 낮게 적용하니 은행 입장에서는 가급적 피하고 싶어지게 마련입니다. 그 결과는 고신용자에게는 돈을 더 많이 빌려주려 하고, 저신용자에게는 가급적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 하게 됩니다. 즉, 저신용자는 더욱 더 돈을 빌리기 어려워집니다. 저신용자 입장에서는 이자를 더 지불하더라고 돈을 빌려주기만 하면 좋을 것이라는 심정이 될 것입니다. 고신용자는 돈을 빌려주겠다는 곳이 많으니 그 가운데 이자율을 더 낮게 빌려주겠다는 곳을 쇼핑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아주 단순한 시장 논리에 따른 진실이고 금융의 아주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주장하는 “금융 접근성 제고 및 금융 비용 부담 완화, 신속 재기 지원, 금융 안전망 강화”라는 담론을 조금만 깊이 살펴보면, 포용 금융이란 결국 금융기관, 그 중에서도 특별히 은행들에게 서민 금융,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각별히 강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조의 포용금융은 당연히 금융산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너무 쉽게 드러납니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눈치를 보며 이러한 부정적인 내용을 애써 외면하고 모른 척하려 하지만, 주주들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까지 이를 숨길 수는 없었는지 해외 공시를 통하여 포용금융에 따른 리스크를 고백하였습니다. (관련기사: 금융지주들 "포용금융에 건전성 악화 위험" 우려-yna.co.kr- 2026. 5. 14.) 기사 첫 머리에 쓰인 내용이 포용금융의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래라면 지원하지 않았을 부문…의도치 않은 손실 가능성”이라고 합니다. 포용금융이 가리키는 지향점은 여신업자의 입장에서는 원치 않는 대출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움직임은 손실의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포용금융의 진실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어두운 현실은 이 기사가 발표된 직후에 바로 드러났습니다. 포용금융으로 인한 리스크가 해외에서 공시된 직후 국내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자 바로 다음 날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포용금융에 절대 순종함을 발표하여야만 하였습니다. 그 내용도 몹시 굴욕적입니다. “정부의 생산적, 포용 금융 정책 방향에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이를 핵심 경영 방향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현실적으로는 손실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 방향에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핵심 경영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금융지주들 "생산적·포용금융에 깊이 공감"…이례적 발표-yna.co.kr- 2026. 5. 15.)
금융산업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자본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중추적인 산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산업이 독립된 산업으로 제대로 인식되고 대접받지 못하여 왔습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형성이 열악한 시절에는 자본의 조성과 배분을 정부가 쥐고 흔들었습니다. 그 시절부터 금융기관이란 단지 자본의 흐름을 용이하게 하는 통로와 도구로만 인식되었고 제대로 된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때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의 성장을 이룩한 지금에 와서도 금융산업에 대한 인식은 전혀 바뀌지 않았고 정부가 쥐고 흔드는 관(官) 주도의 관치금융이 횡행하고 있으며 금융기관은 이러한 정부 주도 관치금융의 수족(手足) 정도로 취급 받고 있습니다. 이런 금융 기관에 외국인 투자자가 주주로 있다는 것이 그나마 이번 사태에서 해외 공시를 통하여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그마한 숨통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금과 같은 관치금융 아래에서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이 세계적인 금융기관들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의 경쟁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정부의 가이드 라인으로 인하여 수익성, 안정성에서 열세에 있는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이 제대로 된 금융기관으로 작동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정치권의 인식이 바뀌기를 기대해 볼 뿐입니다. 그래야만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이 발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듣기에 시원한 사이다 발언을 한다고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일반인의 상식에 맞는 금융산업의 원칙들이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에게 적용되려면 정치인들이 정상적인 상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게 되기를 간절히 고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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