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Prop Trading- 2012. 9. 21.

jaykim1953 2012. 9. 20. 20:10

Prop Trading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proprietary trading을 줄여서 쓰는 말입니다. 이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은행, 기업 또는 개인이 자신의 자본으로 자신의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주식, 채권, 통화, 파생상품, 선물, 옵션 등을 팔고 사는 트레이딩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 계정 거래혹은 자기 자본 매매라고 부릅니다.

미국에서는 금융기관들이 prop trading으로 과도한 리스크 부담을 하여 문제가 되자 과거 FED 의장을 역임하였던 Paul Volcker가 나서서 이를 규제하는 방안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Volcker Rule이라 불리는 법안을 내놓기도 하였습니다. (2012. 5. 18. 금요일 모닝커피 참조: JP모건 체이스 손실 $20)

우리나라에서는 일정 규모의 거래를 약정하고 증권회사 지점에서 테이블 하나, 혹은 단독 사무실을 배정 받아 그 곳을 사무실처럼 사용하며 거래를 하는 형태의 prop trading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증거금 (마진; margin)을 예탁하고 증거금의 몇 배 혹은 몇 십 배가 되는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설(私設) prop trading 하우스와 유사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거래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큰 욕심 없이 퇴직 후 용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prop trading을 시작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prop trading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만족스러운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투자와 트레이딩을 전문으로 하는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 가운데에서도 자금 코스트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정보 수집 능력, 거래 규모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열세인 개인 투자자들이 트레이딩을 하면서 만족스러운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고 하여서 prop trading으로는 절대로 만족스러운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개인 투자자 가운데에도 성공적인 prop trading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크게 잘 알려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년 전까지 국내 선물, 옵션 시장에는 압구정동 미꾸라지또는 목포 세발낙지등의 별명으로 통하는 투자의 귀재들이 심심치 않게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이들은 성공적인 투자활동을 통하여 상당한 재력을 쌓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전형적인 prop trader 로서 성공적인 트레이딩을 하였기에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자연스럽게 별명이 잘 알려졌던 것입니다.

이렇게 별명으로 불리는 투자의 고수는 일찍이 30여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보다 더 예전에도 혹시 이러한 별명으로 불리던 투자자들이 있었는지는 제가 미처 알지 못합니다만, 제가 처음 금융업에 발을 들여 놓고 투자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할 무렵 맨 처음 들었던 투자의 고수는 광화문 곰으로 알려진 고성일 선생이었습니다. 이분은 공금리와 사채 시장의 금리 차이가 2배 가까이 나던 시절 사채 시장에 뛰어 들어 큰 돈을 벌었으며, 후에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서 많은 돈을 벌어 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말년에는 자신이 벌어 들였던 돈을 좋은 일에 사용하도록 기부도 하며 나름대로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행하셨던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 기사: 광화문곰_2005.12.20)

1970년대말부터 80년대 초에 이르는 시기에는 소위 ‘7 대 큰손이라 불리는 7 사람이 주식 시장에서 크게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큰 손이라는 말 보다는 일본말로 오오 떼’ (大手)라고 불렸습니다. 7 명의 큰 손들 가운데 광화문 곰을 제외한 나머지 6 사람은 예비역 군 장성이라고 알려져 있었으며, 이들은 철저히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휘하에 중간책(中間責, 주우 떼: 中手)들을 몇 사람씩 두고 활동하였습니다.

압구정동 미꾸라지라고 알려진 윤강로 회장은 일반 주식시장보다는 선물, 옵션 시장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욱이 이 분은 개인적인 prop trading을 하기 전 서울은행에 재직하면서 미국 시카고로 연수를 다녀왔고, 그 곳에서 정통 트레이딩 기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분도 처음부터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트레이딩이 이어지면서 재산 규모가 커지게 되자 금융 시장에서 유명세를 타고 점차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고 합니다. 이분도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행하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압구정동 미꾸라지 교육사업)

이런 분들의 영향을 받아서일까요, 최근 증권사에서 prop trading을 하는 일부 개인들이 자신을 XXX OOOO라고 불러 달라며, 스스로 별명을 짓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청담동 학 세 마리는 세 사람의 친구들이 모여서 트레이딩 클럽을 만들고 자신들의 인품은 학처럼 고매하다며 자신들을 이렇게 불러 달라고 하였다는 것이며, ‘강남역 족집게는 대박이 터질 종목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재주가 있다고 스스로 지은 별명이라고 합니다. 그 밖에도 신사동 불가사리는 아무리 시장이 어려워도 불가사리처럼 죽지 않고 살아 남겠다고 지은 별명이고, ‘충무로 야인시대는 실존 인물을 극화한 드라마 야인시대의 김두한처럼 자신은 희대를 풍미하는 거물(巨物)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prop trading으로 돈을 벌고 성공한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처음에는 대중들에게 알려지려는 의도가 전혀 없이 조용히 트레이딩에 열중하였다는 것입니다. 멋 있는 별명부터 짓고 투자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들여 지은 별명이 채 알려지기도 전에 불행히도 시장에서 사라지곤 합니다. 성공적인 트레이딩 전략부터 먼저 마련하고 좋은 결과가 나온 다음에 멋 있는 별명을 지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저라고 세상에 알려질 만큼 성공적인 트레이딩을 하여 멋진 별명으로 불려 보고 싶은 욕망이 왜 없겠습니까. 김칫국부터 마시는 형국이겠으나, 저도 나름대로 그럴 듯한 별명도 머리 속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2년 전 귀국 하기 전까지 제가 살았던 곳은 뉴욕 맨하탄의 터틀 베이(Turtle Bay)라는 지역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신장(身長) 184cm입니다. 제 또래에서는 물론 우리나라 사람 평균에 비하면 키가 상당히 큰 편입니다. 그러니 저를 터틀베이 키다리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은 어떨까요?

하지만 아직은 저를 그렇게 부르지 마시기 바랍니다. 앞에서 이야기하였듯이 별명부터 지어 놓는다고 트레이딩을 잘하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앞으로 제가 혹시 성공적인 트레이딩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거든 그 때 저를 터틀베이 키다리'라고 불러도 조금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저도 오늘부터 용의주도한 트레이딩 전략을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재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