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强大企業 vs 强小企業- 2012. 11. 9.

jaykim1953 2012. 11. 9. 08:53

싸전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사전을 찾아 보았습니다.

싸전 - [명사] 쌀과 그 밖의 곡식을 파는 가게.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제는 서울 시내뿐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도 싸전을 찾아 보기 쉽지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 싸전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국민이 쌀과 그 밖의 곡식을 먹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쌀과 그 밖의 곡식을 어디에서 사다가 먹을까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분들은 어디에서 쌀과 그 밖의 곡식을 사다가 드십니까? 대부분의 경우 쌀과 그 밖의 곡식은 슈퍼 마켓의 판매대나 식품을 판매하는 가게에서 함께 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쌀과 그 밖의 곡식만을 파는 싸전을 찾아 보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싸전은 왜 없어진 걸까요? 가장 큰 원인은 유통마진의 축소와 쌀 소비량의 감소입니다. 쌀의 유통 마진은 작고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쌀만 팔아서는 적절한 이윤이 창출되지 않으니 다른 생활필수품들도 함께 팔기 시작하였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슈퍼 마켓의 형태를 갖춘 가게에서 쌀을 팔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소비형태도 과거와는 달리 소규모 구매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쌀을 80Kg 가마니 포장으로 한 가마, 두 가마씩 들여 놓는 집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아야 10Kg, 20Kg 혹은 그보다도 작은 4~5Kg씩 사는 것이 고작입니다. 줄어든 유통 마진에 소비까지 줄어들어 판매량이 감소하다 보니 싸전의 운영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그 결과 이제는 싸전을 찾아 보기 힘들게 된 것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쌀 거래 형태는 소위 정부미라고 불리는 정부 주도의 유통이 전체 물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습니다. 그리고 50%는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는 수집상들이 매점매석을 하였습니다. 이들의 횡포로 인하여 소비자 가격과 생산자 가격의 차이가 매우 컸습니다. , 중간 상인들의 유통 마진이 매우 컸던 것입니다. (관련 기사: 1985.2.14. 매경기사) 그나마 고속도로의 개통과 더불어 쌀의 수송이 원활해지면서 뒷날 쌀의 유통구조 개선과 더불어 쌀값 경쟁시대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관련기사: 1973. 11. 23. 매경 기사)

쌀이 슈퍼 마켓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쌀을 사서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줄어든 쌀의 유통마진으로 인하여 매점매석을 통한 중간상인들의 이익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자 충분한 거래 물량을 확보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도매상들만이 유통 경쟁에서 살아 남았습니다. 지금은 여러 지자체가 직접 참여하는 판매조직과,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등이 쌀 유통의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점진적이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른 쌀의 유통구조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최근 골목 상권을 위협하는 초대형 슈퍼마켓에 대한 저항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현대식 대형 슈퍼 마켓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소형점포 상인들(이들을 언론에서는 골목 상권이라고 부릅니다)의 반발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지자체에서 내어 놓은 해결방안이 대형 슈퍼마켓의 강제 휴무입니다. (관련기사: 2012. 6. 8. 매경)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하여 대형 슈퍼마켓이 한 달에 1~2일 문을 닫고 골목 상권에게 영업 기회를 양보하라는 것입니다.

유통산업이 대형화하면서 유통마진이 줄어들고 물류 비용을 절약하여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면 이는 바람직한 현상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골목 상권을 죽인다는 이유로 대형 슈퍼마켓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대형 슈퍼마켓과 똑 같은 상품을 판다면 골목상권이라고 불리는 소형상점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습니다. 대형 슈퍼마켓은 대량 구매와 현대화된 유통 구조를 이용하여 유통 비용도 낮출 수 있고, 박리다매(薄利多賣)를 통하여 유통 마진을 소형 점포보다 상대적으로 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가격 경쟁력이나 서비스에서 열세인 소형 점포가 대형 슈퍼마켓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소비자들도 편리하고 서비스가 좋은 대형 슈퍼마켓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슈퍼마켓이 한 달에 하루 이틀 문을 닫는다고 소형 점포가 살아 남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입니다.

도시의 개발 추세에 따라 소형 점포들이 많이 들어서 있는 지역은 재개발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 속에서 낡고 작은 건물들이 없어지고 대형 건물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점포들이 대형화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의 발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에 설 자리를 잃게 되는 소형 점포의 상인들에 대한 대책이 바로 우리가 겪고 있는 골목 안 상권 살리기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예를 보면 작은 가게들은 그들만의 특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살아 남습니다. 예를 들어 대형 레스토랑과는 다른 특화된 상품(음식)과 전략(, 제조방법 등)으로 소형 식당들은 주변에 아무리 큰 레스토랑이 들어서도 살아 남습니다. 소형 점포는 대형 슈퍼 마켓과 똑 같은 상품을 똑 같은 서비스로 팔겠다는 전략은 피하여야 할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이 대형 유통업체의 사장들을 국회에 불러다가 호통을 치고 윽박지른다고 골목 안 소형점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소형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특화된 상품과 전략으로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할 것입니다. 소형 점포들의 현재 영업 전략을 수정하지 않고 대형 슈퍼 마켓의 영업에 자꾸 족쇄를 채우게 되면 우리나라 유통산업이 전반적으로 후퇴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대형 슈퍼 마켓은 대형 슈퍼 마켓대로 발전할 수 있게 하고, 소형 점포들은 변화된 환경에서의 생존 전략을 강구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비슷한 사례가 금융권에서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저축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고 여러 가지 불편한 이슈를 만들었습니다. (관련기사: 경향신문_2012.10.15.) 그 원인도 소규모 서민 융자를 하여야 할 저축은행들이 느닷없이 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뛰어들었고, 서민들의 저축을 받기 보다는 화려한 영업객장을 꾸며 놓고 프라이빗 뱅킹 흉내를 내었습니다. 저축은행이 이런 영업으로 대형 금융기관과 경쟁 상대가 안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형 금융기관에서 거절 당한 낮은 신용등급의 거액 대출, 대형 금융기관보다 코스트가 비싼 예금과 자금 조달로 영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축은행이 후순위 채권도 발행하였습니다. 후순위 채권과 같은 대형 자금 조달 수단은 저축은행과 같은 소형 금융기관에는 어울리지 않는 자금조달 전략입니다. 이러한 것을 허가해 준 금융 감독기관에도 일말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러한 영업전략들은 저축은행보다는 대형 금융기관에 어울리는 것들이었습니다.

이러한 무리한 전략을 써온 저축은행들은 모두 어려움을 겪고 퇴출되거나 혹은 퇴출 직전의 상태로까지 내몰렸습니다. 그런 반면 서민 금융기관으로서의 전략을 견지해 온 저축은행들은 아직도 견실한 영업을 이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은 소규모 서민 금융을 주영업 모델로 하는 소형 금융기관입니다. 소형 금융기관으로서 특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경영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규모가 작다고 하여서 규모가 큰 경쟁기업 또는 금융기관에 밀려나게 되고 생존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규모가 작은 대로 규모에 맞는 유연한 경영전략을 도입하고 대형 경쟁자가 넘보지 못할 경쟁력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로 영업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경제활동을 하는 이 사회는 강대기업, 강대 금융기관만이 살아 남는 곳은 아닙니다.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기업, 강소 금융기관들도 얼마든지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행여 규모가 작다고 위축되는 일 없이 작더라도 강한 기업, 강한 금융기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