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Behind the scenes - 2016. 7. 8.

jaykim1953 2016. 7. 8. 14:28


오래 된 우스개 소리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치과에서 이를 뺀 환자가 얼마냐고 묻자 의사가 ‘100 달러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환자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이 뽑는 데에 걸린 시간은 1 분도 안 되는데 100 달러씩이나 받습니까?’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치과의사가 대답하기를, ‘원하시면 더 천천히 빼 드릴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의 길고 짧음이 그 일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다니던 FAPC (Fifth Avenue Presbyterian Church) 교회의 목사님께서 해 주신 말씀입니다.

어떤 신자가 와서 목사님께 물었습니다. ‘목사님은 설교 준비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시나요?’ (How long does it take you to write a sermon?) 그러자 그 목사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일생’ (A lifetime.)

제가 쓰는 금요일 모닝커피의 애독자 한 분을 며칠 전에 만났습니다. 그 분도 비슷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글 한 편 쓰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그러나 저의 대답은 그렇게 심오한 철학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보통은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하루 종일 글을 씁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남들이 하는 일을 폄하하기 쉽습니다. 치과의사가 불과 1분도 안 걸려서 이를 빼고는 많은 돈을 받아낸다고 생각합니다. 목사님들도 일주일 내내 아무 일도 안 하다가 일요일 설교시간에 설교 한 번으로 할 일을 마치는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치과의사가 되기 위하여 그 의사는 많은 학업 준비와 수련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목사님은 설교 한 번을 위하여 평생을 교회와 신학교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공부를 하였습니다. 지금 당장 드러나지는 않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있었던 많은 노력과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입니다. 대중의 눈에 드러나지 않는 곳을 일컬어 영어로는 ‘behind the scenes’ (무대 뒤)라고 부릅니다.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에 잠시 연극을 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축제 기간에 연극 한 편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연극 한 편을 무대에 올리는 작업이 얼마나 힘들고 많은 일거리들이 수반되는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관객들은 무대 위의 배우들만 봅니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관객에게 연극을 보여주기까지는 무대 뒤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땀 흘려 수고하는지 모릅니다.

그 당시 함께 연극을 하였던 저의 1년 선배는 후에 영화에 전념하여 일약 스타 감독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감독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그 선배도 많은 고생을 하였습니다. 그 선배도 잠시 무대 위에 배우로 나서기도 하였으나 연기에는 크게 인정을 받지 못하였고 무대 뒤에서의 역할에서는 재능을 보여 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다르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대 위에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것을 더 동경합니다. 무대 뒤에서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선호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무대 뒤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다면 연극은 불가능합니다.

얼마 전 남부 유럽을 여행하면서 모나코에 잠시 들렸습니다. 그 때가 모나코 그랑프리 F1 자동차 경기를 하던 때였습니다. 자동차 경기에도 직접 운전을 하며 결승선을 통과할 때에 환호하는 운전자 혼자서 경주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의 머신(machine, 자동차: ; F1 경주에서는 자동차를 머신이라고 부릅니다)이 트랙 위를 달릴 수 있게 하기 위하여서는 하나의 팀이 머신을 점검하고 정비하여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 곳에도 무대 뒤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적게는 4~5, 많으면 10여명이 하나의 팀이 되어 움직입니다.

여러 해 전에 어느 대학에서 강연을 하였습니다. 제 강연은 외환, 국제금융, 리스크 관리에 관한 것이었고 프론트 오피스, 미들 오피스, 백 오피스의 각각의 기능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강의 도중에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물었습니다. ‘프론트, 미들, 백 오피스 가운데 어느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가장 추천하시겠습니까?’

저는 그 학생에게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학생은 어느 분야에 능력이 있고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들은 흔히들 화려한 조명을 받는 무대 위를 동경합니다. 그러나 능력과 소질이 없이 무대 위로 올라 섰다가는 참담하고 쓰라린 경험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금융에서도 많은 소비자들은 그저 무대 위에 보이는 모습만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 무대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들이 하나의 펀드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때에도 펀드의 규모에 따라 펀드매니저들뿐 아니라 수 많은 애널리스트와 수도(受渡), 결제(決濟)를 도와주는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 특히나 개인 투자자들은 펀드매니저만을 보게 됩니다. 무대 위에는 펀드 매니저만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무대 뒤에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초중반의 일입니다. 제가 외환 트레이더로 일할 때입니다. 그 당시 여러 언론에서 외환 트레이더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기사들을 적지 않게 보도하였습니다. 그러자 제 주변에서는 저를 화려한 금융계의 스타 정도로 오해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외환 트레이더가 되면 다 돈을 잘 벌고 화려한 인생을 살게 되는 것으로 잘 못 인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저와 같은 시기에 외환 트레이더를 하였던 사람은 외국은행 지점에서만도 수십 명에 이릅니다. 그들 가운데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룩한 사람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숫자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실패한 외환 트레이더들은 다른 직장을 전전하다가 조기 퇴직하고 자영업을 하거나 외국으로 이민을 간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외환 거래에서 수도 결제를 담당하는 후선부서- 백 오피스-에서 일하던 직원들 가운데에는 나이가 60에 이르기까지 직장 생활을 잘 하면서 평온한 말년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L은 제게 2~3년 후배가 되는 외환 트레이더 출신입니다. 그는 외국은행 가운데에서도 대형 은행에서 한 때는 잘 나가는 중견 트레이더였습니다. 그는 중형 외국은행에 스카우트 되어 책임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상급자가 돌보아 주는 중견 트레이더와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하는 책임자가 되는 것은 다릅니다. L은 실적이 저조할 뿐 아니라 후선 부서의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그는 쫓겨나다시피 몇몇 은행을 옮겨 다니다가 결국에는 업종을 바꾸어 인력 수급업- 헤드 헌터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었던지, 7~8년 전에 들려온 소식에 따르면 L의 부인은 친정식구를 따라 외국으로 이민을 갔고 L은 자신의 부모 집에 기거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L은 화려한 무대 위에서 조연 역할을 하다가 스스로 주연 역할을 꿈꾸며 자신의 능력에 부치는 일들을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무대 위는 보기에는 화려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무대 위에 설 수는 없습니다. 무대 뒤에도 얼마든지 중요하고, 재미 있고, 보람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무대 위의 역할은 수명이 짧을 수 있으나 무대 뒤의 역할은 수명이 훨씬 깁니다.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찾아서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꼭 무대 위에 서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대 뒤에도 사람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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