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직장인 공무원- 2017. 5. 4.

jaykim1953 2017. 5. 6. 17:22

공직윤리(公職倫理, public ethics)를 전공하신 분이 인터넷에 올린 글입니다.


내 전공이라 쫌 어려운 말 한마디 하겠다. "직업관료의 존재이유는 재량을 통해 공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시도의원들은 법률과 조례를 만든다. 이 분들이 만든 법령이 100%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면 직업관료의 존재이유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거다. 있는 그대로 시행만 하면 되니까. 직업관료, 특히 고위공무원 필요 없고 요즘 유행하는 AI라도 갖다 놓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게다.

그러나 이건 불가능하다. 법령을 만드는 의원들이 현실을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설혹 잘 알고 만들었다 하더라도 현실이라는 게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직업관료의 존재이유가 있다관료는 법령과 현실의 괴리를 메우는 일선의 전사들인 것이다.

그런데, 법령과 현실의 괴리를 메우는 재량에는 세 가지가 있다. “부정적 재량 긍정적 재량”, 그리고 “0의 재량이 그것이다.

관료들이 재량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쓰는 걸 “()이라고 한다혹은 “완장” 찼다고도 한다한편관료들이 재량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쓰는 걸 “맞춤형 행정이라고 한다또는 유식한 말로 responsive administration이라고도 한다.

또 한편관료들이 재량을 아예 쓰지 않는 걸 “복지부동이라고 한다또는 납작 엎드려서 눈만 움직인다고 해서 “복지안동이라고도 한다. (더 심한 말로 “낙지안동이라는 단어도 있다)

눈치 채셨겠지만가짜라서 사라져줘야 할 직업관료는 “갑질 “복지부동이다그런데미안한 얘기지만 요즘 관료들 보면 사라져야 할 분들은 그냥 있고남아야 할 분들은 사라지고 있다.

아직 갑질도 남아있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고들 한다문제는 “0의 재량”  “복지부동형 관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거다시청이나 구청에 민원 한번 제기한 봐라규정 탓하고 선례가 없다 하고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빨리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시간을 질질 끈다되는 일이 없다는 시민들 평가가 줄을 잇는다.

납작 엎드려 있다가 때 되면 승진하고 정년 되면 퇴직하는 가짜 관료들이 너무 많다그들이 판 치는 사이 헬조선을 외치는 시민들은 늘어만 간다.


일견 냉소적인 비판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관료들은 소위 철밥통이어서 갑질과 복지부동으로도 생존에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니 속된 표현으로 짤리지만 않으면 정년까지 무사히 자리를 지킬 수 있고 정년 퇴임 후에는 일반 국민들이 수령하는 국민연금보다 훨씬 혜택이 좋은 공무원 연금에 의지하여 말년을 편히 지낼 수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3. 9. 13. 참조) 그러기에 전국의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겠다고 학원가에 모여 공무원 시험에 목을 걸고, 대통령 후보도 공무원 숫자를 늘려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을 구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ytn.co.kr_2017/2/6_고시학원_공무원80)

그런데 공무원들이 정년까지 무사히 자리를 유지하려면 눈에 띄지 말아야 합니다무언가 새로운 일을 꾸미고 아이디어를 내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어서는 안 됩니다흔히들 하는 말로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의식이 공무원 사이에 팽배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오히려 어떻게 해서든지 일이 안 되도록 이유를 찾아 내어 일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합니다복지부동하는 것이 공무원으로서의 수명을 길게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이런 공무원에게 섣불리 대항하려 들면 이들의 대응은 복지부동에서 갑질로 바뀌기 십상입니다.

공무원들만 그럴까요일반 사기업에서는 이런 일이 없을까요?

아닙니다일반 사기업에도 이런 사람들특히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복지부동형이거나 아래 사람에게 갑질을 합니다그러나 공무원 조직이나 정부기관정부 투자 기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습니다그 이유는 정치적인 방식으로 살아 남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조직 또는 공무원 조직에서는 손익에 따른 실적 평가는 없습니다그러다 보니 행여 잘못된 일이 발견되면 그 잘못이 자신과는 관계가 없음을 증명하여야 살아남습니다잘못의 원인이 무엇이고 누구 때문인지는 중요하지 않고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 관련성이 없음을 밝히는 것입니다그 것이 진실이든 혹은 거짓이든 관계 없이.

그 반면 사기업에서는 무언가 잘못 되었을 때에는 그 잘못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똑 같은 잘못이 반복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 다음에 잘못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찾아서 벌을 주던가 혹은 교육을 시켜서 재발을 방지 합니다. 사기업에서 일이 잘못 되어 손실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문제가 커집니다. 기업이 존재하는 데 있어서 이윤은 사람의 피와 같은 존재입니다. 피가 없으면 사람이 살지 못하듯이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 기업은 결국 도태하게 됩니다. 손실이 계속 발생하면 이익이 줄어 들게 됩니다. 이익이 줄어들어 손실만 남게 된다면 그 기업은 오래 버티지 못하게 됩니다. 마치 피가 부족한 사람이 살아 남을 수 없는 것과 유사합니다.

기업이 살아 남아야 그 기업의 조직원들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그러나 공무원 조직에서는 조직원들에게 사기업과 같은 생존의 절박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큰 안목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공무원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하여서는 일단 그들이 벌인(?) 일 때문에 무언가 잘못 되어 그들이 잘려 나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잘못이 있는 공무원들을 모두 끌어 안고 갈 수도 없는 일입니다참으로 공무원 조직의 운영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공무원은 사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일반 봉급생활자들보다 직업이 안정적이고 정년이 보장되는 것이 현실입니다이러한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한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숫자는 더욱 늘어가기만 할 것이고재수삼수사수를 하면서까지도 기어이 공무원이 되고야 말겠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 힘들 것입니다.

안정된 직업을 찾아서 공무원이라는 자리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나라를 위하는 사명감과 애국심을 가진 공무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철두철미하게 수행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