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충신, 간신- 2017. 5. 12.

jaykim1953 2017. 5. 12. 07:08

지난 화요일 5 9일 대통령 선거를 치렀습니다. 새 대통령이 뽑혔습니다.

지난 9년간 보수 우파 정권이 자리 잡고 있었으나, 이제는 다시 좌파 성향의 정권이 들어 섰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이 나라를 잘 이끌어 보려고 하는 충정(衷情)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방법론에서는 과거 보수 우파 정권과 많이 다를 것이 예상됩니다. 보수 우파의 정책과 국가 운영 방향에도 잘 잘못이 있었으나 새로운 정부에서는 잘못보다는 잘하는 것이 더 많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식에 보수 언론에서는 여러 가지 분야에서 희망과 기대뿐 아니라 우려의 시각도 보이고 있습니다. (관련기사:chosun.com_2017/5/10_문대통령_일자리현황판희망찬 기대야 새로운 정부의 출범에 맞춰 저마다 바라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려의 시각에 대하여서도 잠시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통령 중심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에서의 여러 장단점이야 정치를 전공으로 공부하는 학자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그러나 저처럼 정치에 대하여 문외한도 정치제도에 관하여 어떤 제도도 완벽하지는 않다는 정도의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제도보다도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더 중요할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선거를 통한 지도자 선출의 중요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새 대통령이 세계를 꿰뚫어 보는 혜안(慧眼)을 갖추고, 무엇보다도 그를 보좌하는 주변의 인물들이대통령을 옳은 길로 인도하기를 바랍니다.

중국 고사(古史)를 살펴보면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나라의 재상(宰相; 현재의 국무총리급 직책)이었던 전상(田常, 또는 진항(陳恒)이라고도 불림)은 왕에게 간언(諫言)을 합니다.

덕을 베푸는 것은 백성들이 바라는 것이니 전하께서 하시고, 형벌을 내리는 것은 백성들이 싫어하는 것이니 제게 시키시면 제가 행하겠습니다.”

이 말을 그럴듯하게 여긴 왕은 그의 말대로 자신은 백성들에게 상()을 주는 일만 하고 백성들을 벌주는 일은 전상에게 맡겼습니다. 그러자 백성들은 왕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전상만을 무서워하게 되어 전상이 지시하는 것은 즉시 시행하고 그를 따랐습니다. 그 반면 왕의 명령은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상은 머리가 매우 좋은 사람이었다고 보입니다. ‘성군(聖君)은 덕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옳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왕에게 덕을 베푸는 일을 하라고 진언(進言)합니다. 그리고 백성들을 벌주는 일은 성군이 할 일이 못 되니 그런 못 된 짓은 자신에게 맡기라고 합니다. 아마도 이런 말을 들으면 저라도 그럴 듯한 이야기라고 그 말에 넘어갈 것입니다. 더구나 속된 표현을 빌어 손에 피 묻히는 일에 해당하는 벌주는 것은 악역이고, 그 악역을 신하가 대신하겠다는 말은 언뜻 들으면 자신이 섬기는 왕을 성군으로 만들려고 하는 충신의 갸륵한 간언이라고 보입니다. 그렇지만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결코 왕을 위한 간언이 아닌 자신의 세력을 키우려는 간계(奸計)에 불과한 것입니다.

금융산업에서도 이와 유사한 유혹(?)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를 살 때에 유예 리스(猶豫 lease)라는 방법을 권유하는 딜러가 있습니다. 유예 리스란 매달 불입하여야 하는 리스료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소비자에게 리스료를 깎아주는 대신 깎아준 금액 만큼을 원금에 얹어 가는 방식입니다. 리스 만기에는 어차피 차를 반납하던가 인수하게 됩니다. 리스 만기에 중고차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차량을 인수하여 중고시장에서 파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설정하고 매달 추가로 불어나는 원금을 만기에 차량을 처분해서 갚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원래 리스라는 금융 기법은 만기에 중고차량을 처분하는 가격을 예상하고 그 가격과 신차의 가격의 차액만을 지원하는 금융기법입니다. 따라서 매달 납입 금액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그 동안 누적된 금액을 만기에 모두 지급하여야 하며, 추가로 누적된 금액에 대한 이자도 지급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매달 리스 원금이 불어나면서 담보로 제공되는 차량의 가치보다도 리스 원금이 커지게 되어 부실의 가능성이 커지고, 그에 따라 이자율도 더 높은 이자율이 적용됩니다.

당장 매달 불입하는 금액은 줄어드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총 불입금액에는 변동이 없고 오히려 유예된 금액에 대한 이자 금액만큼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적용 이자율도 더 불리해집니다. 결론적으로 유예 리스라는 방법은 그리 권할 만한 방법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금융기법이 통용되는 것은 얼핏 듣기에는 그럴 듯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매달 불입하는 금액이 부담스러운 소비자에게는 귀가 솔깃해 지는 제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기법은 소비자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다만 딜러들이 차량의 판매를 늘리기 위하여 만들어낸 달콤한 유혹에 불과합니다.

세계 제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히틀러 정부에는 선전부(宣傳部)가 있었습니다. 국민을 계도하고 점령지 주민들을 선무(宣撫)하는 것이 선전부의 주요 임무였습니다. 선전부의 장관을 지낸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는 선전과 선무 활동에서 큰 활약을 하였습니다. 그는 히틀러의 범죄를 부추긴 것으로 악명을 날렸습니다. 그가 한 말 가운데 유명한 것은;

"사람은 한 번 듣고는 거짓말을 부정하지만, 두 번째 듣게 되면 의심하고, 세 번째 들으면 믿게 된다"

그는 반복된 거짓 정보의 주입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점령지 주민들을 선무하였습니다. 이러한 그의 능력을 등에 업고 히틀러는 그를 중용하여 주변국을 침략하고 전쟁을 계속하였던 것입니다.

소비자들도 마찬 가지입니다. 광고, 또는 세일즈맨의 허무맹랑한 유혹에 처음에는 불신하지만, 두 번째에는 혹시 그럴 수도 있을까?’하는 의심을 하게 되고, 세 번째 듣게 되면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상은 달콤한 궤변으로, 괴벨스는 사악한 지략으로 지도자의 눈을 어둡게 하거나 또는 잘못된 길로 가도록 하였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진실된 내용을 보여주지 않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여러 광고, 세일즈 기법이 있습니다. 진실 되지 못한 이러한 광고와 판매책에 대하여 소비자들이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현명한 판단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정치 풍토에서도 마찬 가지입니다. 지금도 우리들 주변에는 전상과 같은 달콤한 궤변과 괴벨스와 같은 사악한 지략으로 자신의 영달(榮達)만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우리의 지도자는 이러한 사람들을 가릴 줄 아는 안목을 갖추고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런 지도자 밑에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하고 위하는 많은 충신들이 모이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