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경영권 수호- 2019. 2. 22.

jaykim1953 2019. 2. 24. 04:23


지난 화요일 (2 19) 우리나라 언론에 유수 생명보험사의 경영권이 위협 받는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관련기사: 머니투데이_2019/2/19_FI 계약 원천무효 소송)

해당 생명보험사는 지난 2012년 생명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 Risk Based Capital)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외부의 재무 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 들로부터 자본을 유치하였다고 합니다. 그 당시 이면 계약(옵션)을 맺어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투자 기간 동안 충분한 수익을 보전하여 주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계약은 당사자들끼리의 약속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가 가능합니다. 계약의 자세한 내용은 계약서를 직접 들여다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계약 내용들도 언론에 공개된 내용일 뿐 정확한 계약서의 내용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동안 제가 경험하였던 몇 건의 사례를 되짚어 보면 언론에 보도된 상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이 회사와 같이 비상장인 상태에서 최대주주와 그의 우호 지분이 절대적인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면 최대주주의 의사결정이 곧 이 회사의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재무적 투자자들은 최대주주의 의무를 강조하면서 계약서상에 최대주주가 부담하여야 할 각종 의무를 명기하고 최대주주의 약속을 받아 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경영권이 위협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계속하여 최대주주에게 자신들의 지분 매입을 요구한다면 최대주주는 매우 곤란하게 될 것입니다. 그에게는 재무적 투자자들의 지분을 매입할 만한 현금이 없을 것입니다. 현금 조달을 위하여 그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지분을 누군가에게 3자에게- 매각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는 이 회사의 지분을 모두 잃게 됩니다. 계약서상의 내용을 확인하기 전에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재무적 투자자들은 최대주주의 지분을 넘겨 받아 자신들의 지분과 함께 시장에서 매각하려고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이 회사의 경영권을 넘기는 효과가 있어서 주식의 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추가로 얹어서 받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시장에서는 자본 확충을 위하여 프라이빗 에퀴티의 자금을 끌어들였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국내 유수의 커피 브랜드 프랜차이즈 회사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자본 유치에 성공한 듯이 IR을 통하여 널리 알립니다. (관련기사: mk.co.kr_2014/5/27_221억원 투자유치 성공) 이 회사는 자본 유치를 위하여 RCPS (금요일 모닝커피 2016. 7. 22. 참조) 를 발행하였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프라이빗 에퀴티에 경영권이 넘어갑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7. 7. 14. 참조) 그리고 법정관리를 받게 되고, 성공적으로 법정관리를 마치게 되어 이 회사의 자산가치는 상승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프라이빗 에퀴티는 지분을 매각하여 원금을 회수하고 이익도 챙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생명보험회사의 경영권 수호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 회사는 40여 년 전 정치권의 개입으로 지분의 35%를 정치권과 가까운 재벌에게 양도하였습니다. 주주총회에서 주요 결정에 대한 의결권 (2/3 지분)을 타의에 의하여 포기하였던 것입니다. 그 이후 현재의 경영진인 2세에게 지분이 상속되면서 상속세를 지불할 자금 여력이 부족하여 금납(金納)을 못하고 물납(物納, payment in kind)으로 지분을 양도하였습니다. 그 결과 일부 지분이 정부 (기획재정부)로 넘어 갔고, 이를 다시 수출입은행에 현물출자(investment in kind)하게 되면서 지분의 일부가 수출입은행으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대주주 지분은 계속 줄어들기만 하였습니다. 그 뿐 아니라 증자를 통하여 지분의 희석효과 (dilution)까지 겹쳐져 경영권이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거기에 이번 재무적 투자자들의 요구가 겹쳐지면서 경영권 수호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무적 투자자와의 계약 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최대주주가 계약을 담당하였던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보도입니다.

신 회장 측은 당시 FI SHA (주주간협약)를 체결할 당시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받지 못한 채 상대방의 강요로 협약에 체결됐다는 입장이다. 당초 신 회장을 포함한 우호지분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FI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시 참모진인 L부사장, H고문, S전무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풋옵션 조항의 위험성을 함구하고 절실하지도 않았던 딜을 주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열거된 직원들이 이사회 이사 (소위 등기임원)인 경우라면 이들에게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경영권에 불리한 결정을 하였다는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들이 이사회 이사가 아닌 집행 임원(소위 미등기임원)이었다면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며 다만 지휘계통에서의 보고, 업무책임 등에 대하여 문책을 당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생명보험사의 임원들은- 등기임원이든 혹은 미등기 집행임원이든-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협상과 계약에 미숙하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생명보험사는 대부분의 경우 갑()의 지위에 있으며 재무적 투자자인 투자은행 (investment bank)들은 대부분의 경우에 전형적인 을()의 위치에 서게 됩니다. 다만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경우에는 갑과 을의 지위가 바뀌게 됩니다. 거의 항상 을의 위치에 있던 투자은행이 모처럼 갑의 지위를 갖게 되고, 늘 갑의 권리를 향유하던 생명보험사가 투자를 유치하는 을의 자리로 전락합니다. 을의 경험이 많은 투자은행이 갑의 자리에 앉게 되면서 갑의 장점을 최대한 향유하고 을의 권한을 능숙하게 최대한 압박하였을 것입니다. 그 반면 을의 위치에 익숙하지 않은 생명보험사는 을이 된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지키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에 서툴렀을 것입니다. 그 결과 계약 내용이 갑에게는 많이 유리하고 을에게는 더욱 불리하게 작성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생명보험회사는 수 많은 보험 계약자의 보험 계약을 유지하는 금융기관입니다. 보험 계약자 보호, 즉 소비자 보호라는 면에서도 생명보험회사의 경영은 지켜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경영권이 위협 받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하여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경제 전반이 어렵고, 금융 시장, 자본시장이 침체된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 유수의 생명보험회사가 더 이상 어려움을 겪지 않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