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브랜드 가치- 2019. 3. 8.

jaykim1953 2019. 3. 8. 18:15



금년 1월부터 2 개월간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머무르다가 지난 주말에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한겨울의 추위를 피하여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을 찾아가 겨울을 지내고 돌아왔습니다.

미국에 있던 지난 2월 말 그 곳 TV에서 여러 번 되풀이하여 보여 주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대학 농구 경기에서 가장 촉망 받는 스타 플레이어 한 사람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가벼운 부상을 당하여 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교체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관련동영상: Zion Williamson_NIKE shoes)

대학을 졸업하면 프로농구 NBA에 최우선순위로 지명 받을 것이 예상되는 듀크 (Duke) 대학의 스타 플레이어 Zion Williamson  2 20 North Carolina 대학을 상대로 벌어진 농구 경기에서 경기 시작 36초 만에 부상을 당하여 경기장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의 부상 원인은 운동화의 바닥과 윗부분의 이음매가 찢어지면서 분리되어 미끄러졌던 것입니다. 그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듀크 대는 이 경기에서 패하고 맙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 불똥이 튀고 말았습니다.

경기가 있던 바로 다음 날 Zion Williamson이 신고 있던 신발의 제조사인 나이키(Nike) 사의 주가가 1.5 퍼센트 하락하였습니다. (관련기사: usatoday.com_2019/2/21_nike-stock-dropped) 그뿐 아니라 농구화 시장에서만은 나이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스케쳐스 (Sketchers) 사는 나이키 농구화를 비꼬는 듯한 광고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usatoday.com_2019/3/2_skechers-burns-nike)

이 기사에서도 밝혔듯이 스케쳐스는 농구화 시장에서 만큼은 절대강자인 나이키에 비하여 존재감이 미미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로 인하여 나이키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를 시장 점유율 만회의 지렛대로 이용해 보려는 듯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나이키 상품의 품질에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예상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매출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나이키의 매출 부진은 곧 경쟁 상대들에게 시장 점유율 만회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주가가 1%가 넘게 하락하였다는 것은 나이키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이키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흔히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브랜드의 가치는 쌓아 올리는 것은 쉽지 않으나 그 가치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일 수도 있습니다. 상품의 결함이 드러나게 되면 해당 상품의 브랜드 가치는 심각하게 손상을 받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소비자로부터 외면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년 여 전 우리나라 휴대폰의 배터리에서 화재가 일어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브랜드에 상당한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였으나 이를 잘 극복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6. 10. 28. 참조)

이번 사건은 나이키의 브랜드 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나이키 사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하는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이키 사의 대응이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 들여지느냐에 따라 브랜드 가치가 유지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상당한 브랜드 가치를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에 세계 최대 증권사인 메릴 린치 (Merrill Lynch)를 인수한 BOA (Bank of America, 뱅크 오브 어메리카)가 메릴린치라는 브랜드의 사용을 포기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ft.com_2/26/2019_BoA to drop ML brand) 아직까지는 자산 관리 부문에 한하여 메릴이라는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만, 최고 수준의 증권회사 브랜드가 시장에서 사라질 운명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100 여 년 동안 쌓아 올려진 메릴 브랜드를 밀어내고 상대적으로 자본시장의 브랜드 인지도 순위가 낮은 BOA 로 대체한다는 것입니다. BOA의 전략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메릴 린치의 브랜드 가치를 포기하는 듯한 이 번 조치는 시장에서는 커다란 모험에 가까운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브랜드 가치에 관련하여서는 제 자신도 조금은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 여 년 전의 일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에 어느 헤드 헌터(head hunter)로부터 이직 의향이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는 조건만 좋으면 옮길 의향도 없지 않다고 답하였습니다. 그 헤드 헌터는 상당한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은행이 Financial Comptroller (재무분야 관리 책임자)를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은행이 금융 중심지가 아닌 몬타나 주 (Montana )의 빌링스 (Billings)라는 도시에 있으니 그 곳으로 이주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즉답을 할 수 없어 하루 이틀 생각해 본 후에 답을 주겠노라고 하였습니다. 그 헤드 헌터가 제게 알려준 은행 이름은 First Interstate Bank 였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First Interstate Bank는 오래 전 서울에도 지점을 가지고 있었고 1990년대 말쯤에 웰스 파고 (Wells Fargo) 은행에 흡수 합병된 First Interstate  Bank of California 였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하여 First Interstate Bank에 대하여 좀 더 알아 보았습니다. 현재의 First Interstate Bank는 과거 First Interstate Bank of California 로부터 First Interstate 이라는 브랜드를 매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First Interstate Bank of California 가 웰스 파고 은행으로 합병되면서 일부 사업 부문을 분리하여 매각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일부가 독립하여 몬타나 지방에서 은행업을 영위하게 되었는데 이 은행이 First Interstate Bank 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빌링스 라는 도시는 인구가 약 10만 명인 곳으로 빌링스 국제공항 (Billings International Airport)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국제공항이지 실제로는 국제선 항공편은 운항되지 않고 있었으며, 제가 알 만한 대도시로 연결되는 항공편은 라스베가스와 시애틀, 솔트 레이크 시티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아파트 임대료는 상당히 비싼 편이었습니다. 침실 2 개인 아파트의 월 임대료가 거의 2천 달러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매매 가격은 매우 낮아, 침실 2개 아파트의 매매가는 약 35~45 만 정도 호가하였습니다. 현지 부동산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확인해 본 결과 빌링스에서는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고 임대하려는 사람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그 곳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을 기대하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니 가급적 임대만 할 뿐 매입하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인터넷을 통하여 몬타나 주의 외제차 딜러가 어떤 곳이 있는지 알아 보았습니다. 결과는, 몬타나 주 안에는 외제차 딜러가 없고, 가장 가까운 곳으로 와이오밍 주 (Wyoming )에 일제 차 토요타 딜러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First Interstate Bank는 자그마한 지방 도시의 소규모 커뮤니티 은행(Community Bank)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은행이 First Interstate Bank 라는 이름 사용하면서 나름의 브랜드 가치와 지명도를 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은행은 First Interstate 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지방의 소도시에서 사는 것에 자신이 없어 이 헤드 헌터의 제안을 거절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 가고 있습니다. 가까운 장래에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를 가진 금융기관도 생기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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