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신용은 금융 거래의 근간(根幹) - 2024. 2. 2.

jaykim1953 2024. 2. 2. 06:10

지난 주 초 국내 언론에 실린 기사입니다. 제목은 “금융질서 근간이 흔들린다”입니다. (관련기사: 금융질서 근간이 흔들린다-hankyung.com- 2024. 1. 23.) 이 기사가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정부가 나서서 신용불량자의 기록을 없애고 사면하여 준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의 첫 문장을 인용하면;
신용은 금융거래의 근간이다. 신용에는 ‘반드시 갚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신용점수가 산정되고 대출 한도와 금리 등도 결정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신용을 통한 모든 금융거래에 제약이 따른다.
라고 시작합니다.
맞습니다. 금융업의 근간(根幹)은 신용입니다. 돈을 빌리면서 반드시 갚겠다는 약속을 하면 이를 믿고 돈을 빌려줍니다. 돈을 반드시 갚겠다는 약속을 믿게 만드는 것이 신용입니다. 신용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이나 사물이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 또는 그런 믿음성의 정도.” 라고 되어 있습니다. 영어로는 신용을 credit이라고 합니다. 신용이란 믿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금융업은 거래 상대방의 신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기에 금융업을 여수신(與受信), 즉 신용을 주고(與) 받는(受)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여수신을 하는 과정에서 무료로 거저 신용을 공여하고, 신용을 받지는 않습니다.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주면 이자를 받고, 또 반대로 예금을 받으면 이자를 지급합니다. 그런데 이자를 주고받으면서 거래에 합당한 이자를 주고받아야 합니다. 이자가 합당한지 여부는 여수신 상품의 성격, 기간, 거래 상대방의 신용도 등에 따라 다르게 거래됩니다. 예를 들어 담보가 있는 대출은 담보가 없는 대출보다 이자율이 저렴합니다. 예금을 장기간 맡기게 되면 금리 변동에 대한 리스크에 대처하지 못하는 대가를 요구하게 되므로 단기 예금보다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출을 받아가는 거래 상대방이 신용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자율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조치는 이러한 여수신의 기본을 깡그리 무너뜨리는 것이었습니다. 신용불량자들을 사면하여 준다는 것은 그저 듣기에는 아름다운 미담(美談)으로 들리려는 지 모르겠으나 앞의 기사에서 언급한대로 이는 금융질서 근간이 흔들리는 조치입니다. 이 조치를 시행하는 정치권 인사들은 이러한 조치로 혜택을 받게 되는 유권자들로부터 선거에서 표를 얻게 될 것이라는 계산을 하였을 것입니다. 정치권 인사들은 ‘살인을 한 것도 아닌데 신용 불량 정도를 사면하는 것쯤이야 별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만약 살인을 한 사람을 사면하려고 한다면 재범에 대한 예방 조처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신용불량자를 사면하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것이 바로 금융의 근간을 흔드는 것입니다. 신용불량자의 기록을 없애면서 그들을 사면한다는 것이 곧 금융 질서를 망가 뜨린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언론에서도 진작에 경고를 계속하였습니다. (관련기사: 당정 “290만 명 신용사면”… 이러다 금융 질서 근간 흔들릴 것-donga.com- 2024. 1. 11.) 정치인들만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면서 외면할 금융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조차도 심각한 우려를 보여 왔습니다.
신용불량자에 대한 기록 삭제와 사면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여러 이러한 일이 있어 왔고 저도 여러 이러한 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잊고 싶은 기억- 2013. 12. 27. 참조) 정치권의 무지와 만용은 신용을 근간으로 하는 금융업을 기본부터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권 인사들이 금융계의 의견에 전혀 기울이지 않을 아니라 매우 잘못된 금융 가치관을 가지고 있음을 있습니다. 심지어는 신용 높으면 ()이율, 낮으면 ()이율은 모순이라는 황당무계하기만 시각을 드러내기도 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금융의 기본- 2021. 4. 9. 참조) 이러한 언급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위 인사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아연 실색하게 합니다. 금융 산업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에 정면으로 배치하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국정의 최고 책임자라면 그러한 상황에서는 금융 산업이 제대로 영위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여태까지 우리나라의 현실이었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또 다시 신용불량자의 사면을 운위하면서 과거의 신용 기록을 싸그리 없애 버린다는 것입니다. 이런 조치로 신용이 낮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람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손쉽게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는지 모르겠으나, 신용이 좋고 신뢰가 가는 높은 신용도의 사람이 싼 자금을 빌리는 것이 어려워지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의 신용 기록이 없으니 누구에게 낮은 금리의 우대 금리 대출을 하여 줄 것인지, 또 어느 대출이 리스크가 크고 리스크 부담에 따른 비용을 누구에게 부과하여야 할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됩니다. 가장 기초적이고 합리적인 가격 결정의 배경을 없애 버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조치가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기본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금융 산업이 정치권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아마도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이 조금 더 빠르게 성장하였을 것입니다. 물론 금융 산업도 엄정한 법과 규정을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신용 높으면 ()이율, 낮으면 ()이율은 모순이라는 수준의 사고를 가진 정치권이 금융 산업을 통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금융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에 의하여 금융 산업이 규제되고 감독 받아야 것입니다.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치권 인사들에 의하여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