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반 가정에서 어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 흔히 하는 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로는 “Love you, XXX.”와 같이 이름을 부르면서 “사랑한다”고 말해 줍니다. 예를 들어 “Love you George” 라고 하거나, “Love you Carol” 과 같이 “사랑한다 죠지” 또는 “사랑한다 캐롤” 이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두번째로는 “Have a nice day”, 또는 “Have a good day”, “Have a wonderful day”와 같이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Have fun at school”- “학교에서 즐겁게 지내”라는 말을 아주 많이 합니다.
이상의 세 가지 가운데 적어도 한 두 가지, 또는 세 가지 모두를 학교 가는 어린 아이들에게 해 줍니다. “사랑한다”, “좋은 날을 보내”, “학교에서 즐겁게 지내”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보통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학교에 가는 어린 아이들에게 “길 건널 때 차 조심해” 또는 “선생님 말씀 잘 들어”,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 우리나라의 부모들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 말을 미국의 부모들은 어린이들에게 해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차이는 흔히 문화의 차이, 생활 습관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는 대체로 아이들이 무엇인가 지켜야 할 규칙이라던가 의무입니다. 길 건널 때 교통 규칙을 잘 지키고,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지시하는 것을 잘 따르고, 학생의 본분인 공부하는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라는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그 반면 미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너는 사랑받는 사람이니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내고 학교에서 재미 있고 즐겁게 생활하여라” 하는 메시지를 전하려 합니다. 아이의 눈에서 스스로 사랑을 받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스스로 즐거운 하루, 재미 있는 학교 생활을 하라는 것입니다. 교통 법규가 또는 학교가, 선생님이 학생인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을 잘 따르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즐겁고, 재미 있게 하루를 학교에서 보내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관점이 다릅니다.
이렇게 관점이 다른 것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사회 환경이 다른 것이 원인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환경 속에서 매일 듣는 이야기가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평생토록 듣다 보면 두 사회에서 자라난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에 생각하는 것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주 쉬운 예로,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하므로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것을 벗어나서 자유 분방한 생각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 반면 미국 사회에서는 학교 선생님이 어떤 테두리를 정해 놓기 보다는 학생들끼리 자유분방한 사고와 토론을 장려합니다. 어려서부터의 이런 분위기 차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의 사고 방식 차이를 만들어 놓습니다. 이런 차이로 인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이 나오기 어렵다는 저의 견해를 피력하기도 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 2013. 2. 8. 참조)
우리나라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교통 규칙을 잘 지키라 주문하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들으라 요구합니다. 그런데 정작 어른들의 사회에서는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도 많고 지시도 잘 따르지 않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말 할로윈 데이에 있었던 우리나라 이태원에서의 사고도 그렇습니다. 그 곳 현장에 있었던 제 친구의 아들은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의 지시를 아무도 듣지 않는 것을 보고 그 곳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곳으로 옮겨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 2023. 7. 7. 참조) 제 친구의 아들이 이야기한 대로 우리나라는 “There are far more rule breakers than rule keepers.” 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규칙을 지키려는 사람보다는 규칙을 깨려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것입니다. 어려서는 어른들로부터 규칙을 지키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작 어른들은 규칙을 안 지키고 그들에게 질서유지를 지시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저부터도 저의 아들들, 또 손자들에게 규칙을 잘 지키라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라고 주문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제 아들을 태우고 다니면서, 또 손자들을 태우고 다니면서 교통 법규를 위반하며 운전하기 일쑤였고, 교통 순경의 통제를 잘 따르지 않았던 적도 많습니다. 마치 도적이 도적질로 자식을 키우면서 자식들에게 ”남의 물건에 절대로 손 대지 말아라”고 얘기하는 격입니다.
어른들이 규칙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질서 유지를 하는 경찰의 지시도 따르지 않으면서 입으로만 어린이들에게 “규칙을 잘 지켜라”, “지시를 잘 따라라”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말과 행동이 달라도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격입니다. 입으로 규칙을 잘 지키라고 어린이에게 이야기 하였으면 어른이 솔선수범하여 행동으로 규칙을 잘 지키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라고 하였으면 교통 순경의 지시도 잘 따르는 모범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미국 사회의 부모들 처럼 “사랑하는 OO야, 오늘 멋진 하루 보내고, 학교에서도 즐겁게 지내라” 라고 밝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과거 우리나라 국회의 청문회에서 대법원 판사 후보자가 주민등록법을 위반하고 위장전입을 한 예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이 내리는 주민등록법 위반 사건의 판결을 어떤 사람이 신뢰하겠습니까. 뇌물 수수로 얼룩진 국회의원들이 만든 뇌물 금지 법안을 보면서 국민들은 코웃음을 칩니다. 야당 대표가 부르면 줄줄이 그 앞에 단정히 모여 앉는 대형 금융기관의 은행장들은 무엇이 무서워서 정치권 인사의 부름에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 가는 것일까요.
말과 행동이 다르고, 법을 지키지 않고, 질서를 유지하라는 지시를 무시하는 그런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저부터 고쳐 나가야겠습니다. 다행히 저는 아침에 학교에 가는 저의 손자들에게 “해브 어 나이스 데이, 해브 펀 앳 스쿨” (Have a nice day, have fun at school.)이라고 얘기해 주고 있습니다. 저도 지키지 못하는 것들을 제 손자들에게 지키라고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더 나아가 손자들에게 모범을 보여 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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