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미국 사람도 못 알아 듣는 영어 단어- 2025. 11. 14.

jaykim1953 2025. 11. 14. 06:01

간단한 동영상을 하나 보시겠습니다. Family Feud- South Africa. MC Steve Harvey

이 동영상은 미국의 인기 TV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Family Feud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녹화된 특별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동영상에서 사회자인 스티브 하비(Steve Harvey)가 질문합니다. “100명의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답한 5 개의 답이 게시판에 있습니다. 촛불을 켜게 되는 경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We surveyed 100 people and top 5 answers are on the board. Name a reason why you light a candle.) 그러자 출연자 여자가 재빨리 벨을 누르고 답합니다. “Load shedding.”

그런데 사회자인 스티브 하비는 “Load shedding”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습니다. 분명히 영어인데 미국의 인기 코메디언인 스티브 하비가 알아듣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Load shedding이라는 말은 미국에서는 한 번도 쓰이지 않았고, 지금도 쓸 일이 없는 용어입니다. 이 말의 뜻은 제한 송전입니다. 미국은 전기를 가정에 공급한 이래 단 한 번도 전기 부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제한 송전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후진국에서는 전기가 부족하여 시간별로 혹은 지역별로 제한 송전을 하였고, 지금도 일부 국가에서는 제한 송전을 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기에 제한 송전이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그런 단어가 있다는 것 조차도 몰랐던 것입니다.

Load shedding이라는 말은 5년 전에 제가 이 칼럼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보험금을 영어로는 무어라고 하나요?- 2020. 5. 8. 참조) 그 당시의 글을 인용해 보면;

전력이 부족하면 제한송전(制限送電)을 하게 되는데 이를 영어로 무엇이라고 하는지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영어로는 제한 송전을 load shedding이라고 합니다이 말은 짐을 싣고 가면서 조금씩 떨구어 준다는 표현에서 빌어온 것입니다한 가지 재미 있는 것은 이 표현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만들어진 말이 아니라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저개발국가에서 만들어낸 말입니다아마도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제한 송전과 같은 전력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보니 그러한 용어 자체를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이런 용어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의 동영상에서 사회자 스티브 하비가 묻는 질문은 조금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기대한 것이었습니다. “촛불을 켜게 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기대되는 대답은 연인과 함께 하는 분위기 있는 식사와 같은 종류의 대답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촛불을 켜는 이유가 제한 송전때문이었고, 그 대답이 제일 첫번째, 가장 많은 사람이 이야기한 답이었습니다. 동영상을 계속 보면 사회자 스티브 하비는 전기 요금을 받아 가면서 제한 송전을 이유로 전기를 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열변을 토합니다. 지극히 미국적인 사고입니다. 그렇지만 한 때는 우리도 전기 부족을 겪었고 제한 송전을 경험하였습니다. 스티브 하비가 미국의 풍요로운 상황만을 생각하면서 전기 요금을 받아 가는데도 불구하고 제한 송전을 이유로 전기를 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미국 중심적이고, 조금 극단적인 표현을 빌자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시각입니다. 전기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가 넘치면 부족한 전기로 인하여 단전이 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제한 송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가 그의 저서 고백록 (Confessions)에서 이야기한 내용 가운데 마리 앙트와네트(Marie Antoinette)가 이야기한 것으로 잘못 전해진 글이 있습니다. 루소가 이야기한 원본은;

나는 빵이 없다는 말을 들은 어떤 위대한 공주가, ‘그렇다면 브리오슈(brioche)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Qu'ils mangent de la brioche)라고 말했다는 것을 기억한다

입니다.  빵이 없으면 브리오슈를 먹으면 된다는 것은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전기료를 받아 가면서 제한 송전을 빌미로 전기를 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스티브 하비의 말도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입니다. 전기 공급을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고 전기가 부족하여 공급을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한 때 우리나라의 금융권에서는 예금보다 대출이 더 많은 기이한 현상이 지속되었습니다. 대출 수요는 많은데 예금 공급은 그에 미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대출이 예금보다 많아지면서 부족한 자금은 한국은행에서 빌려서 메꾸었습니다. (관련기사: 예금보다 대출이 많아 한은 차입금 계속 늘어- 1982. 4. 15. 경향신문) 스티브 하비가 제한송전을 이해하지 못하듯이 정상적인 금융을 영위하는 선진국 금융인의 시각으로 보면 예금보다 대출이 많고 부족한 자금을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1945년 해방 이후 2000년 정부가 기업의 대출 비율을 100% 미만으로 강제할 때까지 계속하여 금융기관의 예금 잔고는 대출 잔고보다 부족하였습니다.

전기가 부족하면 어쩔 수 없이 제한송전을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경제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는 금융기관의 예금 잔고를 초과하는 자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하여 중앙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서까지 대출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제한송전도 있었고 예금보다 대출이 더 많았던 대출초과도 경험하였습니다. 그런 과정을 다 겪고 지금의 안정된 전기 공급과 예금 잔고가 대출 잔고보다 많아지는 안정적인 자금 수급 상황에 도달하였습니다. 과거의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렵사리 겪으면서 성장하였던 것입니다. 지나간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지금의 풍요로움을 향유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