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보험금을 영어로는 무어라고 하나요?- 2020. 5. 8.

jaykim1953 2020. 5. 8. 05:07


며칠 전 우연히 연락이 닿게 된 선배 한 분이 제게 물었습니다.

"보험료는 영어로 프리미엄이라고 하는 것을 알겠는데, 보험금은 뭐라고 해? 얘기하는 사람마다 다 달라서 말이야, 통 모르겠어."

그 분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보험을 처음 가입하려는 사람에게 보험을 설명할 때에 우리는 흔히 "보험료를 내시고 만기가 되거나, 보험 약관상에 보장하기로 한 사건이 발생하면 보험금을 받게 됩니다." 라고 말합니다.

보험료는 영어로 premium 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보험금은 영어로 무엇이라고 할까요? 그 동안 여러 책이나 보험 설명서에는 insurance money 라는 용어도 사용하였습니다. 아마도 보험금을 영어로 직역(直譯)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보험금은 실생활에서 사용할 때에는 보험 가입자, 혹은 수익자의 입장에서는 claim 이라 부르고, 보험회사의 입장에서는 payouts 라고 부릅니다. 보험금이라는 단어가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험회사에서 받은 보험금이 생각 보다 액수가 작다.' 라는 표현을 한다면, 'The money received from the insurance company is smaller than expected.' 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문장에서는 딱히 '보험금'이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았습니다. 보험금이란 그야 말로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돈(money)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보험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사망, 혹은 질병 등으로 인하여 보험금을 받아야 할 일이 생기면 이를 청구(請求)한다는 의미에서 claim 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지불(支拂)한다는 의미에서 payouts 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보험 설계사가 고객에게 '보험료는 월 10만원이고, 보험금은 최대 1억 원입니다.' 라는 말을 영어로 표현한다면, 'The premium is 100,000 won per month and the maximum amount you can claim is 100 million won.' 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보험 약관을 찾아 보면 외국의 생명보험 계약에서 우리 말의 보험금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용어를 찾아 보기 쉽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쓰인 용어로는 contract amount (계약된 금액) 라는 말이 쓰이는 정도입니다. 아마도 우리와 문화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보입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어떤 상황에 발생하는 일의 이름, 용어 등을 좀 더 정확히 정해 놓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동서양 문화의 차이라고 이야기하면 너무 거창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러한 시각의 차이로 인한 용어의 차이를 몇 가지 살펴 보겠습니다;

요즈음 코로나 19의 확진자가 발생하면 방역 당국은 그 확진자의 동선확인(動線確認)에 들어 갑니다. 그래서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찾아내려는 것입니다. 이 동선확인을 영어로는 contact tracing 이라고 합니다. 직역하면 접촉 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확진자가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예방차원에서 벌이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social distancing 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social distancing 이라는 말을 우리 말로 직역하여서 사회적 거리 두기라고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감염과 관련하여 방역 당국은 대구의 아파트 한 동을 집단 격리하였습니다. (관련기사: ytn.co.kr_2020/3/7_대구 아파트 코호트 격리) 이 집단 격리를 우리나라 언론들은 '코호트(cohort) 격리' 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그런데 전염병 방역을 전공한 제 친구 의사의 말로는 코호트라는 용어는 잘 못 쓰였다고 합니다. 제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서 전문 용어로 옳게 쓰였는지 여부는 제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아무튼 영어로는 집단 격리를 cluster isolation 이라고 합니다. 감염된 무더기(cluster)를 분리해 낸다는 의미입니다. 그런가 하면 자가 격리는 self quarantine 이라 합니다.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물건이 서양에는 일반화 되어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도 있습니다. 외국의 부페 식당에 가면 음식을 진열해 놓은 위 쪽으로 사람의 얼굴 높이와 음식의 중간 쯤 되는 위치에 투명한 재질로 막아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음식을 집으러 가는 사람이 이야기를 하거나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하게 되면 진열된 음식에 침이 튀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막는 설치물입니다. 이를 영어로는 sneeze guard 라고 합니다. 우리 말로는 아직 이름이 지어진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직역하자면 '재채기 막이' 라고나 하여야 할 것입니다.

(사진: sneeze guard)


조금 복잡하고 어려운 표현도 있습니다. 전력이 부족하면 제한송전(制限送電)을 하게 되는데 이를 영어로 무엇이라고 하는지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영어로는 제한 송전을 load shedding 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짐을 싣고 가면서 조금씩 떨구어 준다는 표현에서 빌어온 것입니다. 한 가지 재미 있는 것은 이 표현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만들어진 말이 아니라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저개발국가에서 만들어낸 말입니다. 아마도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제한 송전과 같은 전력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보니 그러한 용어 자체를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이런 용어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웬만한 어린이들도 모두 아는 용어 가운데 emancipation of slaves 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예해방입니다. 우리는 잘 쓰지 않지만 emancipation 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만 알면 별로 어려운 말은 아닙니다.

동서양 문화의 차이는 때에 따라서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 말로는 시계라는 말이 영어로는 watch, clock 의 두 가지 단어로 말합니다. 손목 시계는 watch 이고, 벽시계는 clock 입니다. 우리 생각으로는 시계는 다 같은 시계인데 왜 구분하는지 이해를 못하나, 저들은 분명히 구분합니다. 그 뿐 아니라 모자도 hat  cap 이 있습니다. 중절모는 hat 이고, 야구 모자 형태의 모자는 cap 입니다. 우리 생각에는 머리에 쓰는 것은 모두 같은 모자인데 저들은 왜 애 써서 구분하는지 이해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영어에서는 구분을 두지 않으나 우리는 엄격히 구별하는 것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촌수(寸數)입니다. 우리는 가족, 친척 관계에서 촌수를 정확히 파악하여야 합니다. 촌수가 3 촌이면 아저씨 뻘과 조카 뻘 사이이고, 4 촌이면 부모 대의 형제자매로부터 태어난 자녀들입니다. 4 촌 간에는 나이에 따라 형, 동생, 누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4촌이 자식을 나으면 5 촌이 됩니다. 당숙(堂叔)과 당질(堂姪)의 사이가 됩니다. 그런데 영어로는 3촌까지는 uncle, aunt  nephew, niece 로 구분이 됩니다만, 4 촌부터는 구분이 확실치 않습니다. 촌수가 4 촌이 넘어가면 모두 cousin 이라고 부릅니다. 가까운 사이- 예를 들어 4~6 촌 정도- 라면 close cousin 이라고 부르고, 그 보다 촌수가 더 멀어지면 distant cousin 이라고 합니다. 촌수가 부정확하다 보니 친척을 이를 때에도 가까운 친척이면 close relative 라고 합니다. 사돈은 relative by marriage 혹은 relative-in-law 라고 합니다. 그에 반하여 혈족(血族)이라는 의미로 blood relative 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금융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구분을 하는데 반하여 영어로는 구분이 불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은행과 당좌 거래를 하는 기업이 잔액을 초과하여 수표를 발행하게 되면 은행에서는 당좌차월 (當座借越)이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그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당좌대월 (當座貸越)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당좌 예금은 은행의 부채이므로 대변(貸邊) 잔액이 정상이나 잔액이 부족하게 되면 차변(借邊) 잔액이 발생하므로 이 경우 차변으로 넘어 왔다는 표현으로 차월(借越)이라고 합니다. 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좌 예금은 자산이므로 차변 잔액이 정상이지만 과다하게 인출하여 대변 잔액이 발생하면 장부 금액이 대변으로 옮겨 갔다는 의미로 대월(貸越)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당좌차월과 당좌대월을 영어로는 각각 무엇이라고 부를 것인가 궁금해집니다. 둘 다 모두 overdraft 라고 합니다. 대월과 차월을 구별하지 않습니다영어 단어 draft  금융에서는 어음 또는 수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어음 또는 수표가 잔액을 초과하여 (over) 발행 되었다는 의미에서 overdraft 라고 합니다. 그 결과 잔액이 차월이 되었건 대월이 되었건 애써 구별하지 않습니다.

금융에서 쓰이는 영어 용어에 대하여서는 이미 여러 번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3. 1. 18. 참조) 영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기왕에 영어를 사용한다면 보다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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